지난달 양극재 수출이 최근 3년 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 원가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 시장 수요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배터리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은 3억6658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8.8% 감소한 수치다. 수출 중량도 1만4779톤으로 전월 대비 5.5% 감소했다.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이 3억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과 함께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다. 삼원계 양극재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주로 지칭한다.
양극재는 다른 소재 대비 수입 의존도가 적은 품목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양극재는 배터리 3사 해외 공장으로 대부분 수출되는 만큼 양극재 수출량은 배터리 생산량의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다.
양극재 수출액이 모두 감소한 것은 전기차 시장이 둔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삼원계 양극재에 주력하는 국내 기업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양극재 원재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메탈 가격도 낮은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양극재 업체 실적 개선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양극재 업계도 기존 투자 계획을 축소하며 대응에 나섰다. 에코프로비엠은 신규 공장 완공 시기를 연기하면서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연초 제시했던 1조5000억원에서 1조원 내외로 낮춰잡았다. 중장기 생산능력 증설 속도 조절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경북 포항시에 1조2000억원을 들여 짓기로 한 전구체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전기차 캐즘을 거치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예정됐던 투자도 미뤄지거나 규모가 축소되면서 소재 수요도 급격히 감소한 상황”이라면서 “시황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은 이차전지 외 다른 분야 사업을 물색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