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용자·언론사 선택권 주고 일단 뒤로 빠진 네이버

네이버는 10일 공개한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에서 검색창을 제외한 기존 대부분 기능을 뺐다. 네이버를 대표하는 첫 화면에서 일체의 의도성을 지웠다. 사용자는 네이버에 처음 접속하면 능동적으로 검색을 해야 한다.

모바일 첫 화면 개편 핵심은 사용자와 언론사에게 주도권을 주고 네이버는 뒤로 물러났다는 점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모바일 네이버가 첫선을 보인 2009년 월간 이용자가 35만명이었다”면서 “현재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 방문자만 매일 3000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10년 사이 100배 성장한 것이다.

모바일 네이버 영향력이 커지며 네이버를 향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졌다. 올해 '드루킹 사태'로 촉발한 가짜뉴스와 댓글조작 논란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뉴스 편집 의도를 묻는 목소리와 여론조작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거세졌다.

별도 제공하는 뉴스판에서는 언론사가 배열한 기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뉴스 편집권 중심을 언론사에 내줬다. 사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선택한 기사를 독자에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뉴스와 맞물려 댓글·여론 조작 한 축으로 지적됐던 실시간 급상승검색어도 메인 화면에서 뺐다. 메인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검색어를 한꺼번에 볼 수 없게 해 조작 가능성과 논란을 줄이는 취지다.

하지만 구글처럼 완벽한 검색 위주 포털로 변신한 것은 아니다. 최소 한 번의 터치로 기존 UI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터치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는 그린닷을 사용하면 익숙한 네이버 콘텐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뉴스 역시 인공지능에 의한 기사 배열을 제공하며 발을 걸쳤다.

네이버는 이번 모바일 화면 개편을 준비하며 사내 테스트를 거치며 피드백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토종 포털 위상에 맞는 개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개편안은 첫 화면에서 네이버가 가질 수 있는 의도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동시에 기존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찾았다. 네이버는 이번 모바일 화면 개편을 소개하며 △기술을 통한 연결에 더욱 집중하고 △발전 중인 인공지능 기술로 발견의 가치를 더하고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혁신의 영역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공간 제공과 연결이라는 플랫폼 본연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번 개편안으로 정치권이 제기한 문제제기에 일단 호응했다. 내년 사업방향을 밝히는 네이버 커넥트 행사도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겼다. 네이버는 10일부터 베타서비스를 거쳐 새로운 모바일 네이버 화면을 정식 적용할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올해 5월 “뉴스 편집은 더 이상 하지 않고 공간과 기술 제공 역할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7월 인터넷 사업자가 기사배열과 실시간 순위 제공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기사 배열순위를 조작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양벌규정을 신설했다. 아웃링크 방식으로 기사를 제공하지 않은 자도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가짜뉴스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가짜뉴스 유통 방지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를 어기면 서비스 제공자는 영업정지 또는 폐쇄조치 명령을 받을 수 있다.

한성숙 대표는 “개편과정에서 모바일 화면을 그대로 둬도 괜찮은데 왜 바꾸냐는 고민을 했다”면서 “안 변하면 과연 3년 뒤 안전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매일 접속하는 3000만명 습관을 바꾸는 건 그 자체로 모험”이라면서 “인터넷에는 완성도 끝도 없다. 사용자 목소리에 집중하며 20년간 축적된 기술과 운영 노하우로 빠르게 개선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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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네이버 커넥트에서 발표한 모바일 첫화면과 웨스트랩, 이스트랜드. 이스트랜드에서는 기존 UI를 대부분 유지한 콘텐츠를 웨스트랩에서는 새로운 UI를 시도한다. 네이버는 웨스트랩에서 첫 번째로 새로운 커머스 프로젝트를 시험한다고 밝혔다. 이미지제공=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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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10일 네이버 커넥트에서 발표한 새로운 모바일 첫화면. 검색창을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를 모조리 뺐다. 이미지제공=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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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그린닷이 제공하는 새로운 인공지능 추천 방식. 네이버는 첫 화면에서 검색창만 남기는 대신 그린닷을 통해 네이버 내 다양한 콘텐츠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이미지제공=네이버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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