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기업가치 수조원 'IPO 대어'로 꼽혔던 스마일게이트알피지(RPG)가 실적 급락과 재무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 가량 감소하며 소송전까지 촉발했던 '상장 보류'가 사실상 불가피했던 상황으로 드러났다. 단일 지식재산(IP)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실적 하향세 속에서 상장을 강행했다면 공모 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알피지의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년도 4758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스마일게이트알피지 매출은 2022년 7370억원을 정점으로 2023년 5237억원, 2024년 4758억원을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로스트아크의 2023년 상반기 매출이 하락한 점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스마일게이트알피지가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로스트아크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IP다. 하지만 출시 7년이 지나 제품수명주기(PLC)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차기작인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아직 출시일이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스마일게이트알피지가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던 것이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분석한다. 만약 무리하게 상장을 강행했다면 초기 투자자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겠지만 공모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라이노스 자산운용과 1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소송전 핵심은 상장 추진 의무를 둘러싼 해석 차이다.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2017년 라이노스 자산운용과 전환사채(CB) 계약을 체결하며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경우 상장을 추진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 과정에서 CB가 부채로 인식되며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상장 추진 의무가 소멸됐다는 것이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입장이다. 반면 라이노스는 상장 지연으로 투자 기회가 박탈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기업가치 평가 역시 급변했다.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2022년 상장 추진을 위한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NH투자증권으로부터 적정 기업가치를 약 17조원으로 제시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NH투자증권은 스마일게이트알피지의 적정 시가총액을 약 7조원 수준으로 재산정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기업가치가 10조원 가까이 낮아진 셈이다.
당시 시장 환경도 상장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2023년은 IPO 시장 전반이 급격히 위축된 시기로 2022년 역대 최다인 13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 여파로 마켓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 CJ올리브영 등 대형 기대주들 역시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로스트아크 PC 단일 게임에 의존하는 스마일게이트알피지가 상장을 강행했다면 공모가 대비 주가가 반토막 난 여타 게임사보다 더 큰 부침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