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청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명을 기존 2만 시간에서 3만 시간으로 늘리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청색 OLED는 수명이 짧아 OLED 디스플레이 최대 약점으로 꼽혀 왔다. 수명 난제를 풀면서 이데미쓰코산, 에스에프씨 등 기존 청색 OLED 재료업체 과점 구도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박종욱 교수 연구팀과 국내 전자재료 스타트업 머티어리얼사이언스는 최근 수명을 개선한 청색 형광 OLED 재료를 공동 개발했다. 이들은 관련 논문 '최적화된 사이드 그룹을 갖는 고효율, 장수명의 청색 발광체'를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앤드 인터페이시스 10월호에 실었다.
OLED 소자는 사용 시간이 길수록 휘도가 서서히 감소한다. 특히 청색 발광 재료 수명은 적색과 녹색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상용화된 청색 형광 OLED 수명은 LT50 기준 1000칸델라 밝기에서 2만 시간 수준이다. LT50에서 2만 시간은 청색 OLED 밝기가 50%로 떨어지기까지 2만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하루 8시간 동안 매일 OLED 패널을 사용했을 때 청색 재료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들기까지 약 6년 8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이에 비해 적색 형광과 녹색 형광 발광체는 LT50 기준 1000칸델라 밝기에서 약 10만 시간 수명을 유지한다. 청색 형광 재료보다 수명이 약 5배 길지만 청색 수명이 짧아 전체 OLED 패널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적색과 녹색 인광 재료 수명은 같은 조건에서 30만~50만 시간까지 나온다.
제품 사용 주기가 약 2년 남짓으로 짧은 스마트폰은 OLED 재료 수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사용 주기가 긴 TV는 청색 OLED 수명 개선이 핵심 과제다.
박종욱 교수 연구팀과 머티어리얼사이언스는 청색 인광이 아니라 기존 형광 재료의 발광 효율 개선에 집중했다. 높은 광발광 양자 효율(PLQY)과 열 안정성을 갖는 피렌 형광체를 청색 발광용 코어 그룹으로 사용한 게 핵심이다.
여기에 피렌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사이드 그룹을 형성했다. 피렌 분자의 크기·각도 등을 조절해 사이드 그룹에 최적화하고, 효율과 순도를 높이기 위해 증착 방식도 개선했다.
머티어리얼사이언스는 경희대 연구팀과 공동 연구한 장수명 청색 OLED를 제품으로 개발하고 수출에도 성공했다. 스마트폰이나 TV용 디스플레이에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패널 파일럿 생산 라인에서 공정 제어를 위한 표준 소자 용도로 공급했다.
업계는 이 연구가 기존 청색 OLED 재료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 주목했다. 상용 제품에 적용하려면 안정성 등을 더 연구해야 한다. 청색 OLED는 일본 이데미쓰코산이 OLED TV용 시장, 국내 기업 에스에프씨가 스마트폰용 시장을 각각 선점했다. 국내 기업인 머티어리얼사이언스가 새로 진입해 경쟁 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욱 교수는 “연구 결과물은 청색 재료 수명이 기존 상용화 제품보다 월등히 길고 색 좌표와 효율 등도 상업화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국내외 패널 제조사와 완성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성능을 테스트하는 등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