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다자주의를 거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또 다른 태도를 보였다.
미국 재무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오는 12일 개회하는 IMF-세계은행 연차 총회를 앞두고 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성명에서 IMF 출연금을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재무부 대변인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IMF 재정지원이 종료되는 점을 우려로 지목했다.
그는 "IMF가 임무를 수행할 충분한 재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심스러운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IMF 출연금을 늘리는 데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IMF는 대출이 가능한 자금을 1조 달러가량 보유하나 절반 이상이 2022년까지 만료되는 까닭에 새로 자금을 수혈하거나 자금운용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재원이 격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권문제부터 전쟁범죄자 기소, 무역분쟁 해결에 이르기까지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국제기구를 그간 노골적으로 외면해왔다.
그 때문에 IMF에서도 고립주의 형태로 나타나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 우선주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IMF가 아르헨티나에 570억달러 구제금융을 결정할 때 가장 열성적 지지를 보냈다.
FT는 미국 관리들이 자국과 우호적 관계를 지닌 국가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IMF가 유용하다는 점을 아르헨티나를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정권은 중도우파로 분류되며 친시장, 반이민 정책을 지향한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선진국들에 대한 IMF의개입을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유럽연합(EU)과 거리를 두고 있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IMF 회원국들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유럽 회원국들은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차원에서 자체 구제금융 체제를 수립했고 위기 때 더는 IMF가 필요 없다고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