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마다 소프트웨어(SW) 경진대회를 열어요.” “교내 대회 입상 경력은 학생부종합에 쓸 수 있어요.”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려면 학원에서 대비반을 들어야 해요.” 코딩학원에서 들은 얘기다. 아빠들은 잘 모르겠지만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은 다 아는 내용이다.
SW중심대학도 SW 경진대회를 연다. 대학 주최 대회 입상 경력은 해당 대학 SW 특기자 전형 시 가점이 된다. 학원마다 대회 준비반이 마련됐다. 대부분 엄마는 '혹' 한다. '아, 우리 아이도 코딩 과정을 들으면 대회에서 입상하고, 명문대에 SW 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많은 고등학생이 코딩학원을 다닌다. 학교에서 줄넘기 시험만 봐도 '줄넘기 학원'이 생기는 나라다. 심지어 대학을 갈 수 있다는데 어느 학부모가 학원을 안 보낼까.
SW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사교육 시장은 국어·영어·수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문제는 사교육 시장이 생기는 원인이다.
학교에서 줄넘기 시험을 보는데 줄넘기를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줄넘기 학원'이 생긴다. 음악, 미술도 마찬가지다. 각종 악기와 그림 그리는 것을 시험 보지만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물론 전혀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이해하고 따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학원에 간다. 그래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SW교육도 다르지 않다. 중학교 34시간(3년), 초등학교 19시간(2년) 수업으로 공교육이 감당할 수 없다. 학생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사교육이라면 올바르게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SW교육 취지를 알지 못한 채 기능으로만 코딩을 배워서는 안 된다. 경진대회 입상을 위해 짜여 있는 알고리즘을 외우는 것도 안 된다.
SW교육은 창의력, 논리력,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다가올 미래 사회 인재 양성 방법이다. 대학도 논리력, 사고력, 창의력을 갖춘 학생을 SW 특기자로 선발한다. 신문방송학과가 SW특기생을 선발하는 이유다. 서울교대와 전자신문사가 초·중학생 대상 SW사고력올림피아드를 개최하는 배경이다. 11월 3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제주에서 제4회 대회를 개최한다.
SW교육을 많은 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공교육 몫이다. 공교육에서 할 수 없다면 사교육이라도 해야 한다. 현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SW교육을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체험형 SW 융합 교육을 가르치는 학원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경험한 SW 융합 교육은 향후 다양한 영역에서 밑거름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많은 소외계층 학생을 위해 공공 SW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외부 민간 교육기관과 연계해 '찾아가는 SW교육 교실'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와 전자신문사가 인천 지역 초등학교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찾아가는 SW교육이 좋은 사례다.
SW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영국, 미국 등 선진 국가들은 학교에서 SW교육을 주요 과목으로 가르친다. 사교육을 없애는 것은 현실에서 쉽지 않다. 교육 취지에 맞게 사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 공교육 강화가 우선이다. 다음은 공교육과 사교육을 조화시켜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올바른 SW교육을 위해 정부, 교육계, 민간 교육기관이 협력해야 한다.
신혜권 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