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수신금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시적이지만 12개월 기준 연 3.0% 수준의 예금상품도 나왔다. 다음 달부터 저축은행 중금리대출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면서 대출취급액을 늘리기 위해 '총알' 확보에 나선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저축은행이 잇달아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
먼저 SBI저축은행은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P) 인상한다. 이를 통해 현재 연 2.7%인 정기예금의 금리는 2.9%로 상승하며,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연 3.0%의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웰컴저축은행도 17일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다. 지난달 말 정기적금 금리를 최대 0.2%P 인상한 데 이어 한 달도 안 돼 정기예금 금리도 0.1%P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12개월 이상 돈을 맡기면 최대 연 2.75% 금리를 적용받는다. 게다가 모바일 앱인 웰뱅을 거치면 0.1%P 추가 금리도 제공된다.
대형 저축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에 나선 이유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유동성 확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다음 달 중금리대출 시장이 재개됨에 따라 대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이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20%를 넘는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 서민들에게 은행 대출 문턱을 낮춰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상품이다. 최고금리는 연 20% 미만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연 16.5% 이하인 중금리대출에 한해 10월부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이 때문에 유동성 확대를 위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은 저축은행들도 금리를 높인 수신상품이나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유진저축은행은 12개월 기준 정기적금 금리에 0.3%P를 더한 상품을 출시했으며, JT친재저축은행도 반려견을 키우는 고객을 대상으로 12개월 기준 연 3.0%를 적용하는 정기적금을 선보였다. OK저축은행도 26일까지 최대 연 2.2% 금리를 제공하는 '중도해지OK정기예금'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저축은행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리인상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고금리 대출로 수익을 내던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이 총량규제에 막히면서 예전과 같은 대출취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중금리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돼 수익성이 낮은 이 상품을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영업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10월 중금리대출 시장이 사실상 재개되면서 저축은행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수신금리를 인상하면서 자금모으기에 나선 것”이라며 “중금리대출의 경우 첫 시장 선점이 필승(必勝)의 지름길인 만큼 업계가 총력을 다해 자금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