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국내 대기업 총수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이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2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귀국했다.
경제인은 방북 첫날 북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만났고, 둘째 날에는 양묘장 등 산업시설과 북한 수산물시장 등을 둘러봤다. 실질적 투자 결정권을 가진 대기업 총수와 기업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이 북한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오면서 이들 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대북 사업과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투자를 가시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문 대통령에 전했다. 남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사업이 가능한 대기업 역할이 중요해졌다. 향후 남북관계가 안정화되고 장기적 경제협력 물꼬가 트이면 결국 대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경제협력에서 성과를 보일 수 있고, (이 측면에서) 평양정상회담에 기업인이 같이 참여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재계에서는 SK가 가장 먼저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서 환경·산림분야 협력을 강조한 만큼, 산림 전문기업인 SK임업을 계열사로 둔 SK가 가장 먼저 움직일 수 있다. 산림분야는 유엔(UN) 북한 경제제재 대상에서도 예외다. 실제 최태원 SK 회장은 북한과 경제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회장은 2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 귀환행사에서 “(북한에서) 많은 걸 구경했고, 새로운 걸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며 “본 것을 토대로 길이 열리면 뭔가를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당장 경제협력을 진행하기보다는 중장기 투자 분야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TV를 임가공 형태로 북한에 맡긴바 있지만 대규모 투자와 경제협력을 북한과 진행한 적은 없다. 남북 경제협력이 노동집약 산업을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 등 고도화된 산업 교류까지 이어지려면 대기업 투자를 이끌기 위한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북한과 경제교류는 노동집약 중심 산업을 중심으로 시행됐다”며 “전자 등 고도화 된 분야에서 경협을 하려면 개성공단 중단 사태 등 불안 요인을 없앨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시간을 두고 경제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방침이다. 박용만 회장은 “(경협 논의는) 시간이 아직 더 있어야 한다”면서도 “실제로 북한을 한번 가서 우리 눈으로 본다는 데 의미가 있고, 보는 건 충분히 많이 가능한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대기업 총수도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2박3일 간 회담 일정에 동행했다. 평양 시내와 산업시설, 수산물 시장, 백두산을 함께 둘러봤다.
대기업 총수들은 방북 첫날, 북한 경제 실세인 리용남 북한 경제담당 내각부총리를 만났다. 대기업 총수와 리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경제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철학을 언급하며 면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연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평양역 건너편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써져 있었다”며 “삼성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 데 한글로 된 것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총수들은 둘째날 북한이 중요하게 여기는 122호 양묘장을 견학했다. 122호 양묘장은 연간 2000만그루 묘목 생산이 가능한 묘목생산단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조하는 산림녹화 사업을 지원하는 핵심 산업시설이기도 하다.
오후에는 평양교원대학을 들러 북한 교원양성체계를 관찰했다. 이날 저녁에는 대동강 수산물 식당에서 열린 만찬에 참여했다. 만찬 자리에는 퇴근 후 가족단위로 찾은 평양 시민이 뒤섞여 있었다. 이들은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에 고려항공을 타고 백두산에 들렀다. 북한 산업시설부터 시민과 뒤섞인 식당, 대표 관광지인 백두산까지 두루 둘러봤다.
재계에서는 대기업 총수가 북한을 직접 둘러보면서 북한 사회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을 처음으로 방문한 이 부회장과 구 회장이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회장 또한 11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달라진 북한 거리 풍경을 유심히 관찰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며 방북 일정 내내 곳곳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