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내달 가동을 앞둔 A4 라인을 절반만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3 공장도 예년만큼 가동률이 회복되지 않는 등 플렉시블 OLED 수요 회복이 더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달 A4 공장 가동 계획을 최근 변경해 2개 라인 중 1개만 가동하기로 했다. 2개 라인 모두 시험 가동하며 양산을 준비했지만 1개 라인에서만 양산하고 나머지 1개 라인은 준비 상태에 그치게 됐다. 물량 확대가 필요할 경우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갖춘다.
A4 공장을 절반만 가동하는 이유는 플렉시블 OLED 수요보다 공급이 커질 것을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 가동률은 60~80%로 파악된다. 작년 8월 가동률이 80%로 추산되는데 이와 비슷하거나 못 미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은 애플 아이폰X 패널 생산 효과로 9~11월 가동률이 100%에 근접할 정도로 치솟았다. 구체 물량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올해 가동률은 지난해에 못 미치는 분위기다. 지난해 아이폰X 1종만 생산했고 올해는 아이폰XS와 아이폰XS 맥스 2종을 발표했지만 전체 플렉시블 OLED 패널 공급 물량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애플이 아이폰 패널 주문량을 급격히 줄이면서 가동률이 20%대까지 급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를 추가 확대하는데 주력했고 일부 제조사를 신규 플렉시블 OLED 고객사로 확보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애플만큼 물량이 많지 않아 전체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리지드(경성) OLED를 생산하는 A2 가동률은 상당히 회복했다. 저온다결정폴리실리콘(LTPS) 액정표시장치(LCD)와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급 단가가 하락해 중국 스마트폰 채택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보다 올해 8월 가동률이 더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플렉시블 OLED가 최고 사양 프리미엄 부품이어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이 아직 높다고 봤다. 플렉시블 OLED를 탑재한 제품은 아이폰이나 갤럭시 수준의 스마트폰 품질과 가격대로 경쟁해야 하는데 아직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약해 대량으로 플렉시블 OLED를 소화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플렉시블 OLED 공급 단가를 낮춰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방안도 딜레마다. 세계 플렉시블 OLED 시장의 95% 이상 점유하고 있어 굳이 공급 단가를 낮출 이유가 없다. 공급 가격을 낮추면 시장 파이는 커지지만 이익률은 줄어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라인 가동을 유지하며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삼성디스플레이에 가장 유리할 것”이라며 “후발주자와 격차가 아직 커서 자사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최대한 누리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