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허용 시 API 비용 폭탄 우려…스타트업 생태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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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실천 포럼'과 디지털경제포럼,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국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지도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국내 스타트업과 플랫폼 생태계가 구글에 종속당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글은 이미 국내 기업에 비해 100배 이상 되는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고정밀지도 확보 시 국내 산업 생태계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구글 지도를 사용하면 국내 기업 서비스의 API 사용 비용이 100배 정도 될 것”이라면서 “1000만번을 쓰게 되면 네이버 지도는 40만원이 들지만 구글은 970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모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지도 API의 경우 월 600만건 무료에 초과시 건당 0.1원을 부과한다. 티맵은 일 10만건 무료에 초과시 건당 0.11원, 카카오는 일 30만건(월 300만건) 무료에 초과 시 건당 0.1원을 산정한다. 반면 구글은 월 1만건 무료에 초과에 1000건 당 7달러(약 9800원)를 부과한다. 1000만건을 기준으로 한다면 네이버 지도는 40만원, 카카오 10만원, 티맵은 77만원인데 반해 구글은 9790만원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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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과 구글의 지도 API 가격 〈모정훈 연세대 교수 분석〉

스타트업계 또한 고정밀지도 반출 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에 종속되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구글은 2018년 지도 API 요금제를 개편해 동적 지도 로딩 기준 1000회 호출당 비용을 1400% 인상했다. 세계 수천개 스타트업이 기능을 축소하거나 사업 철수로 이어졌는데,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지도 API는 그 특성상 한 번 도입되면 기술 전환이 어려운 '록인(Lock-in)'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혁신을 만들었던 국내 스타트업이 구글 API에 종속된다면, 심각한 비용 압박이나 플랫폼 종속으로 인한 구조적 피해를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요구한 고정밀지도의 경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반출을 한다면 아예 지도의 레이어를 조정해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1대5000 지도의 레이어에 인도, 횡단보도, 육교 등 정보가 있는데 이를 축소 편집해 (1대2만5000 지도의) 레이어에 넣으면 해결된다”면서 “레이어별로 반출하되 안보시설 등은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구글과 구체적인 계약이나 협약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5일까지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개최해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에 관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후 오는 8월11일까지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장원 산업통상자원부 디지털경제통상과장은 “구글의 측량성과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정부에서는 관계부처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포함해 관계부처들이 포함된 국외반출 협의체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이어 “(산업부는) 관광에 미치는 편익이나 우리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위치 정보 서비스나 첨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이해관계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다만 안보 관련 기술적 이슈가 해소되어야 반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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