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표류' 홈플러스, 대규모 구조조정 현실화…노조 “MBK 자구노력 없이 마구잡이식 폐점 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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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본사 전경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지 9개월 만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를 분리 매각하는 등 덩치를 줄여 인가 후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것이 골자다. 계획안 통과 여부와 상관 없이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현실화 될 전망이다.

29일 마트노조 등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지난 3월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하고 약 9개월 여 만이다.

계획안에는 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고 부실 점포를 정리해 인가 후 M&A에 다시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향후 6년간 41개 점포를 정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쉽게 말해 덩치를 줄인 후 재매각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법원 허가를 받아 인가 전 M&A를 시도했으나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NH농협 등이 인수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됐으나 별다른 진전 없이 무산됐다. 덩치를 줄여 가치를 높이는 것 만이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과거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SSM 분리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290여 개 점포를 보유한 SSM 3위 사업자다. 다만 당시에는 높은 가격, 상권 중복 등을 이유로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거론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가는 9000억원 안팎이다.

분리 매각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이다. 홈플러스는 계획안을 통해 SSM을 떼낸 이후에도 비효율 점포를 줄여 수익성을 살리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현재 운영 중인 사업 구조를 간소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유동성이 메말라 벼랑 끝에 서있다. 부동산세, 지방세 등 부과된 세금을 미납한 것은 물론 전기요금 등도 체납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납품 대금 정산도 일부 지연됐으며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도 분할 지급한 상태다. 홈플러스 노조 또한 부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회생 계획안 통과 여부와 상관 없이 홈플러스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생 계획안이 제출되면 채권단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채권단이 반대해 계획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청산에 이르기 때문이다. 즉 계획안이 통과돼도, 통과되지 않아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1월 기준 홈플러스 고용 인원은 1만7940명에 달한다. 이미 기업 회생 신청 이전인 지난 2월 대비 1500명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향후 수천명의 인력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9개월 간 끌어온 홈플러스 기업 회생은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됐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기업 회생을 기습 신청하면서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고 거래 조건 변경, 유동성 악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노조는 이번 회생 계획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트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제출된 회생 계획안에는 MBK의 어떠한 자구노력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구조조정도 경쟁력 확보와 상관 없는 마구잡이식 폐점으로 수익성이 있는 익스프레스 사업부까지 헐값에 매각된다면 홈플러스를 먹튀하려는 MBK 의도대로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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