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정의를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디지털, 바이오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해 생산성 혁명을 갖고 온다는 분석 등이 맞선다. 확실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일자리다. 기술 혁신으로 지금까지 사람이 지켜온 일자리가 상당수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따른다. 위기는 기회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새롭게 파생되는 일자리도 무궁무진하다. 새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응하면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혁신 일자리가 기다린다. 우주는 일자리 보고로 지목된다. 먼 미래 얘기 같지만 이미 세계가 우주에서 다양한 기회를 엿본다. 상업화를 앞둔 우주 여행 분야에선 벌써부터 새 일자리가 나온다. 우주 직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해리슨 포드가 열연한 '한 솔로'라는 인물은 우주화물선 비행사다. 한 솔로는 루크 스카이워커(배우 마크 해밀)와 함께 밀레니엄 팔콘이라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종횡무진 누빈다.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포드 프리펙트는 주인공 아서 덴트의 친구이자 작품 내 등장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개정 신판'을 조사하는 출판사 직원이다.
우주산업이 발전하면서 영화나 소설 속에서 등장할 법한 직업이 현실화된다.
우주개발이 각국 정부에서 민간기업 주도로 변화하고 '돈이 되는'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신산업, 신직업 탄생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주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2017년 미국위성산업협회가 조사한 세계 우주관련 산업 시장규모는 3350억달러(약 378조1145억원)다. 2014년 2030억달러(약 229조7600억원)보다 1320억달러(약 150조원)가 늘어난 수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우주 선진국에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운 벤처기업이 우주산업에 뛰어들었다.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 달이나 화성으로 여행을 시켜주는 것뿐 아니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이색적인 사업이 나타나면서 관련 채용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우주 직업, 즉 천문학자나 물리학자, 우주선이나 로켓,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공학자가 늘어나고 새로운 직업도 생긴다.
미생물과 방사능 등 우주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하는 우주 분석가와 우주 정거장 정비공과 우주선 도킹을 담당할 우주 도선사도 새 일자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우주선이나 로켓에 화물이나 택배를 실어 나르는 화물우주선 조종사나 우주 택배기사 등도 있다. 우주비행선 선장이기 전에 화물우주선 조종사인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솔로' 같은 직업이 생겨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주에서 활동할 때 필요한 우주복을 제작하는 디자이너 등 관련 산업 종사자와 우주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우주를 가르쳐줄 우주인 양성소, 트레이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연합(UN) 산하기관에서 펴낸 '유엔미래보고서 2025'에서 미래에 탄생할 대표 일자리 중 하나를 차지한 우주관리인도 있다. 쉽게 말해 우주 청소부다. 최첨단 청소위성을 조정해야 하고 우주 쓰레기 위치를 계산해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 쓰레기의 위험성을 지켜본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직업이다. 우주 공간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주탐사는 물론 인공위성이 제공하는 통신과 내비게이션, 기상예보 등 일상을 좌우하는 기술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 쓰레기의 위험성에 대해 관객에게 시사점을 던진다. 지금도 수많은 로켓과 인공위성, 이들의 파편이 지구 주위를 떠돌며 거대한 쓰레기장을 만들고 있다.
최근 로봇팔, 작살, 그물에 전기 채찍, 도마뱀 테이프까지 우주 쓰레기를 처리할 다양한 청소 기술이 개발되면서 우주 청소부라는 직업도 근시일 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유닛 중 하나인 SCV(자원채굴로봇) 조종사도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맞아 나타날 직업 중 하나다.
우주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비롯해 새로운 자원도 무궁무진 할 것으로 예측된다. 달에는 티탄철석과 지구에서 품귀현상을 겪는 희토류가 풍부하다. 티탄철석에는 일반 헬륨보다 중성자가 한 개 적은 '헬륨3'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원은 미래 핵융합발전소에서 원료로 쓸 수 있다. 핵융합 연료 1g은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낼 수 있다. 희토류는 고품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재료로 쓰이는 광물이다. 지구에서는 '자원무기'로 불리는 광물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가상의 달 표면에서 자원 채취를 겨루는 '로봇채굴대회'(Robotic Mining Competition)와 '샘플채취로봇시합'(Sample Return Robot Challenge)을 개최한다.
SCV는 우주의 자원을 채취하는 것은 물론 로봇이 달이나 외계행성에 착륙할 때 얼마나 땅이 꺼질지 계산해 그만큼 고운 흙을 더 깔아주는 역할도 한다.
채취한 우주 자원을 지구로 옮기는 것보다 해당 행성에 기지와 공장을 짓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달이나 화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등 이와 관련된 직업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