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10년 더 앓는다”…저소득 남성 '유병 격차'가 건강수명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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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제미나이.

한국인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동안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수명 격차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남성은 고소득층보다 약 10년 가까이 더 긴 시간을 질병·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예방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된 '한국인의 질병부담 및 건강수명 추이(2008~2021)' 연구에서 2021년 기준 한국인 건강수명은 71.57세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68.89세에서 2.68년 증가한 수치다.

건강수명이란 질병부담을 반영해 '완전한 건강 상태로 기대되는 생존 연수'를 추정한 지표다. 문제는 평균 지표가 개선되는 동안 계층 간 격차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는 2008년 7.94년에서 2021년 8.54년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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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계층 간 건강수명 격차 변화표.(출처=한국인의 질병부담(DALY) 및 건강수명(DALE) 추이(2008~2021)' 연구)

이 격차는 '저소득 남성의 유병(아픈 시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남성의 경우 소득 상·하위 20% 간 건강수명 격차가 2008년 8.64년에서 2021년 9.79년으로 커졌다. 저소득 남성은 고소득 남성보다 약 10년 가까이 더 긴 시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보내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간 여성 건강수명 격차는 6.70년에서 6.47년으로 소폭 줄었다.

연구진은 건강수명 격차의 본질이 '사망의 차이'보다 '유병 기간의 차이'에 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 이후 전체 질병부담은 증가했지만 조기사망은 감소한 반면, 질병·장애를 안고 사는 기간은 늘었다.

건강 손실이 '일찍 죽는 문제'에서 '죽지는 않지만 오래 아픈 문제'로 이동하면서, 그 부담이 소득 하위 계층 남성에서 특히 더 크게 누적되는 흐름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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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인 질병부담(DALY) 주요 원인 순위표.(출처=한국인의 질병부담(DALY) 및 건강수명(DALE) 추이(2008~2021)' 연구.)

건강손실을 일으키는 질병부담 구성 질환은 만성질환 중심이었다. 질환별 순위는 당뇨병이 2008년, 2020년, 2021년 세 시점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요통은 2021년 기준 질병부담 2위를 기록했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소득 계층 간 건강수명 격차가 벌어지는 건 사회 통합 관점에서 매우 유해한 요소”라며 “단순히 의료적 접근을 넘어 구조적 요인을 함께 다루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옥민수 울산대학교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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