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 Ⅰ] <5>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 미래 일자리 판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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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증강현실(VR·AR)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직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물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한다.

가상현실은 디지털 신호로 오감을 자극해 현실감 높은 체험을 유도하는 기술이다. 미래 모든 직업과 관련있다. 가상현실이 인간 경험을 대체하고 강화하는데 경험이 인간 지식을 형성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은 미디어, 교육, 의료, 군사,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현실감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인 가상현실 콘텐츠 재현 시스템 개발 필요성이 대두된다.

우선 가상현실 시스템 개발과 활용을 위한 직업군이 등장한다. 하드웨어 관련 기술자는 VR 기술 근간을 이룬다. 광학 엔지니어는 VR 어안렌즈와 같은 가상체험용 렌즈를 개발한다. 비전 엔지니어는 디지털 영상, 이미지 처리 기술을 개발한다. 센서개발자는 3D 이미지 센서를 디자인한다. HTC 바이브 스케일룸과 같은 센서 기술을 소형화·고도화한다. 공간 스캐닝 기술자 역량도 중요해진다. 현실공간을 스캐닝해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하드웨어 위에는 콘텐츠가 얹혀진다. 콘텐츠 제작자는 사용자가 직접 접하는 요소를 만든다. 대표적으로 VR에디터 사용 및 개발 직군이 있다. VR에디터는 실제 VR 헤드셋(HMD)을 쓰고 가상공간에서 개발하는 직군이다. 직관적으로 물체를 확인하며 개발한다. 현재 프로그래머와 비슷하지만 공간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가상 공간에서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늘어나면 용도에 맞게 이 공간을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해진다. 가상공간 디자이너는 전혀 새로운 유형 일자리다. 가상공간 디자이너가 손을 댈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세계 곳곳에 있는 동료가 함께 작업하고 회의할 수 있는 초현실 가상 사무실을 구축할 수 있다. 세계 유산을 사이버 공간에 구현해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엘클라시코나 슈퍼매치 관중석에서 피치 위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도시계획자에게 필요한 공간 디자인 능력과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현재 건축디자이너, 공간디자이너와 구별된다. 온전한 가상세계를 상상하고 만들어내야 한다.

부동산 중개 행태도 변한다. 소비자가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가상현실을 통해 집 조경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VR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자 개인 선호도를 반영한 추천환경을 제공하는 중개사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 역시 기술 영향을 받는다. 가상현실 전문의사가 등장한다. 수술에 도움을 주는 도구를 넘어 현재 마취과, 영상의학과 의사와 같이 독립된 지위를 갖는다.

환자 장기를 3차원 시각화하거나 가상 내시경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정교한 조직 혹은 세포 교정이 필요한 경우 가상 VR를 활용한 교육으로 수술 성공률을 올린다. 현재 이용하는 복강경 같은 경우도 시력에 의지하지 않고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다.

지금과 다른 심리치료사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학문에 기반한 치료가 아니라 추억에 기반한 치료다. 투병하는 사람에게 과거 추억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고통을 줄여주고 어려운 현실에서 다소나마 벗어나게 도와준다. 지식보다는 환자 의사소통 및 영상처리에 전문화된 의사다.

교육은 완전히 패러다임이 달라진다. 태종태세문단세로 대표되던 역사 교육이 실제 역사적 사건을 보면서 이뤄진다. 안중근 의사 의거 현장을 문자가 아닌 360도를 아우르는 영상으로 보게 된다. 일제 만행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드론 항공촬영 전문가, VR 군사훈련 트레이너 등이 등장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5년까지 가상현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통해 8만2813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 세계를 겹쳐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축구 경기 중 스마트폰을 비추면 선수 정보, 기록을 볼 수 있다.

증강현실 역시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현이 기대된다. 증강현실 엔지니어는 영상처리 기술과 프로그래밍 언어 학습, 디자인 능력을 요구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증강현실 시스템을 파악하고 각종 정보를 수집해 적절하게 제공하는 일을 한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그래픽 처리, 고속 무선 데이터 통신, 위성항법 시스템이 결합해 있으므로 관련 직업도 증강현실 시대에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이 대면진료에서 활용된다면 증강현실은 원격진료에 이용된다. 구급대원 안경에 달린 카메라가 찍은 영상은 실시간으로 의료팀에 전달된다. 영상을 보면서 긴급한 의료 조치를 구조대원에게 음성으로 명령할 수 있다. 이를 도와주는 원격진료 코디네이터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진료, 교육, 연구 및 행정분야에서 기획, 조정,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치안·군사에서도 사용된다. 경찰들은 수배이력, 전과, 무기소지여부, 녹취녹화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획득할 수있다. 군사 무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련 상품 개발·제작 산업이 발전하고 경찰, 군인 생존률을 높여줘 보다 안정적인 직업생활을 영위케한다.

AR기술은 실생활에서 편리함을 제공한다. 쇼핑과 연계하여 가구를 구입할 때 실제 집을 배경으로 공간 배치를 해본다거나 성형수술, 미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마트에 가면 상품 이력, 최저가 등을 알 수 있다. 이런 정보를 가장 적절하게 배치하는 디자이너, 데이터 수집 큐레이터가 출현한다.

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인 UX(사용자 경험)와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는 AR를 통해 개념을 확장한다. 이들은 사용자들이 친숙하게 AR를 사용할 수 있도록 흐름과 이미지를 디자인하며 로드맵을 창조하는 일을 한다.

UI 디자이너는 건축물 설계도면을 그리듯 화면 설계한다. UX 디자이너는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한다. 사용자들이 왜 이 제품을 써야 하며 이 제품을 쓰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들 것인지 사용자 반응과 행동 등 총체적 기획을 담당한다.

영상처리 기술과 기존 UX, UI 디자인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재 디자이너와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로서 기술뿐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작용, 시각적 디자인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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