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미 대책 마련...BMW코리아 측 당시 상황 파악 못해
독일 BMW 본사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 관련 수리를 2년 전 북미 지역에서 먼저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문제가 제기된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수리를 진행했으면 올해 40건 넘게 발생한 화재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BMW코리아 측에서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시장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12일 BMW코리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독일 BMW 본사는 EGR 설계 결함으로 인한 바이패스 밸브 고착, 흡기 매니폴드 천공 발생 등을 국내에 보고한 2016년 11월보다 먼저 파악하고 북미 지역에서만 대규모 수리를 진행했다. 국내에는 같은 해 8월 해당 내용을 담은 '정비 설명서'만 전달했다.
BMW 본사가 국내에 송신한 '디젤엔진:흡기 매니폴드 손상' 정비 설명서에 따르면 2016년 5월 이전부터 바이패스 밸브 고착으로 인한 흡기 매니폴드 손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BMW코리아가 정부에 제출한 리콜 관련 자료에 따르면 BMW 본사는 EGR 결함으로 인한 흡기 매니폴드 천공 발생을 2016년 11월에 파악했다고 설명돼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두 자료에 명시된 시기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정비 설명서는 EGR로부터 과도한 열이 흡기 매니폴드에 전달돼 그을음이 퇴적되고 EGR 밸브 고착, 바이패스 밸브 고착, 매연저감장치(DPF) 성능 저하 등을 명시했다. 이로 인해 흡기 매니폴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교체도 명령했다. 이는 BMW 본사가 방한해 개최한 설명회, 정부에 제출한 기술 자료 등에 명시된 화재 원인과 거의 같다.
전문가들은 2016년 8월 BMW 본사가 국내에서도 흡기 매니폴드 손상에 대한 수리를 전격 지시했다면 올해 발생한 화재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BMW 본사 측에서 EGR 결함으로 인한 흡기 매니폴드 손상에 대해 BMW코리아 측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2016년 정비 설명서를 보면 결국 북미 시장에서는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사전 정비를 실시한 것이고, 국내에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BMW코리아 측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이는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자세한 답변을 피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