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고압 배기가스재순환장치(HP-EGR)'를 무리하게 사용하도록 설계한 것이 화재 원인으로 지적됐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BMW만 배출가스 저감장치로 고압 EGR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2.0리터 디젤 엔진에 저압 EGR(LP-EGR)를 장착하지 않은 곳은 BMW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40여건 발생한 화재 사태에 해당하는 'N47', 'B47' 4기통 2.0 디젤엔진에는 고압 EGR만 장착돼 있다. BMW는 2007년에 고압 EGR 효율성 강화 기술을 N47 엔진에 적용한 이후 2.0 디젤 엔진에는 고압 EGR만으로 '유로6' 기준을 맞춰 왔다. 2016년에는 고압 EGR 성능 강화 기술을 개발, B47엔진부터 적용했다.
BMW는 고압 EGR에 상당히 앞선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대체로 EGR를 적용하면 엔진 성능이 저하되지만 BMW는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배기가스를 최대로 저감했다. 실제 2016년 환경부가 실시한 국내 시판 디젤차 20여종의 배출가스 시험 결과 BMW 2.0 디젤 엔진만 유로6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0.08g/㎞)을 충족시켰다.
BMW 고압 EGR 시스템은 배출가스 압력이 가장 높은 배기 매니폴드와 흡기 매니폴드를 연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구조가 간단하면서 엔진 효율에 도움이 된다. 다만 흡기와 배기 시스템의 압력차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에 EGR의 한계가 낮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 배출가스가 DPF나 촉매 정화 장치 등을 거치기 이전이기 때문에 '수트(검댕)'가 많이 발생, 흡기 매니폴드가 쉽게 오염된다.
전문가들은 BMW가 원가 절감을 위해 4기통 2.0 디젤엔진에 고압 EGR만 사용한 것이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압 EGR를 추가로 장착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BMW는 2016년부터 신형 3기통 디젤엔진과 6기통 디젤엔진에는 고압 EGR와 저압 EGR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BMW 고압 EGR는 EGR 쿨러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구조이고, 바이패스 밸브에 슬러지가 쉽게 낄 수 있다”면서 “고압 EGR를 화재의 모든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다른 화재 원인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업체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로 고압 EGR와 저압 EGR를 동시에 사용한다. 저압 EGR는 반응이 느리지만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시간을 벌기 때문에 EGR 반응이 빠르다. 이 때문에 배출가스 저감 능력도 고압 EGR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혼합 시스템은 가·감속이 잦은 구간에서 고압 EGR, 정속 구간에서는 저압 EGR를 각각 사용해 빠른 응답성과 높은 효율을 제공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OM654', 폭스바겐 'EA288' 등 동급 신형 엔진은 대부분 고압-저압 EGR를 동시에 사용한다.
BMW코리아 측은 “화재 사태 주요 원인으로 EGR 쿨러 냉각수 누수 때문에 흡기 매니폴드에서 천공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EGR 의 고압 저압 여부는 화재와 관련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