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당·정 간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기관 가운데에는 서울은 물론 경기와 인천 소재 기관도 다수 포함됐다. 업무 특성상 지방 이전이 어려운 기관도 있겠지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재개되는 모양새다.
잘 알려져 있듯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것으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단계를 밟아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 결과 총 153개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이미 이전했거나 내년까지 지방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선포식' 자리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는 만큼 이번 여당 대표 제안에 당·정·청 모두 잰걸음을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한동안 이전 기관 분류와 입지 선정 작업에 몰입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몇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목적이다. 2004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밝힌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를 분명히 하고, 이전 방향도 이에 맞춰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자칫 '주택수요 지방 분산'에 방점을 둬서 서두르거나 서툴러선 안 된다. 정부는 이 점에서 일관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균형 발전을 경제정책 기조와 연계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사람 중심 경제의 경우 일자리, 분배,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것인 만큼 소득 주도 성장이나 혁신 성장이라는 경제 정책 기조와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잘한 것으로 보인다. 실상 사람 중심 경제가 소득 주도 성장이나 혁신 성장의 기저 정책으로도 보인다.
반면에 문 대통령이 '비전선포식'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혁신 성장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단순히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균형 있게 재배치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이번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지역 간 균형과 함께 클러스터 구축을 염두에 둬야 한다.
셋째 분수 효과를 극대화하되 역류 효과는 줄이는 것이다. 실상 지역 개발에는 두 가지 상반된 힘이 작용한다. 하나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라고 불리는 일종의 분수효과 또는 낙수효과고, 다른 하나는 마치 해변에 밀려왔다가 되돌아나가는 파도에 모래가 쓸려 나가듯 주변 지역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백워시(backwash)라 불리는 역류효과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문제점으로 파급 효과가 약하다는 것과 혁신도시로 쏠리는 현상에 따르는 '원도심의 공동화'라는 우려가 있은 만큼 2차 기관 이전에서는 혁신도시 중심보다 도시 재생이나 지역 내 균형을 고려해서 입지를 정해야 한다. 역류효과를 상쇄하는 분수효과가 창출되도록 설계해야 하는 셈이다.
넷째 차제에 공공기관 기능을 다시 한 번 정립하는 일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에 4차 산업혁명이란 구조 변화가 있다고 본다면 공공 부문 역시 이런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만든 기관을 통합해서 효율성은 높이고, 더욱더 통합적이고 단절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완료 후 한 기관에서 온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와 함께 그동안 종종 지적돼 온 민간 부문과 중복이 있다면 차제에 과감히 정리하고 공공만이 할 수 있는 기능에 집중하는 기능 조정도 한번 검토해 봄 직하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