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메르스 확진, 감염병 위기단계 '주의'로 격상

Photo Image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3년 만에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2~14일인 잠복기를 감안하면 지역사회 확산 여부는 2주 안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추가확산 방지를 위한 총력을 기울인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쿠웨이트 업무로 출장을 간 A씨(61)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3년 만에 '메르스' 확진..2주가 고비

A씨는 쿠웨이트에 있던 8월 28일 설사 증상으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이후에도 설사 증상을 보여 공항에서 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A씨를 응급실 선별격리실로 격리해 진료하고 발열, 가래 및 폐렴 증상 확인 후 보건당국에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이후 국가지정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후 검체를 채취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했다. 메르스 양성으로 확인했다.

환자를 진료 중인 서울대병원은 "A씨는 호흡곤란과 혈압저하 등의 증상이 없어 상태가 중하다고 판단되지 않지만, 수년 전 경험을 살펴보면 앞으로 1∼2주 사이에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치료가 끝날 때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A씨가 두바이에서는 환승을 위해 짧은 시간 머물렀기 때문에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쿠웨이트에서 메르스에 걸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는 항공기, 방문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접촉자를 파악 중이다. 현재까지 파악한 밀접접촉자는 검역관 1명, 출입국심사관 1명, 항공기 승무원 3명, 탑승객 10명, 삼성서울병원 등 의료진 4명, 가족 1명, 리무진 택시기사 1명 등 총 21명이다. 추가 조사가 진행되면 접촉자 숫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 일상접촉자 440명은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해 수동감시 중이다.

접촉자에게는 보건소 등을 통해 밀접접촉자임이 통보됐고, 자택 격리 등 필요한 조치가 진행 중이다. A씨가 경유한 삼성서울병원도 A씨와 접촉한 의료진 등을 업무에서 배제한 상태다.

질병관리본부는 중앙역학조사반과 서울시, 민간 감염병 전문가와 함께 즉각대응팀을 확대 편성해 현장대응에 나섰고, 환자 검체에 대한 바이러스 분리 및 분석 등 추가분석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 환자는 공항에서부터 삼성서울병원을 거쳐서 격리돼 지역사회에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접촉자를 통해서 2차 감염이나 이런 부분들이 생기지 않게끔 접촉자 조사와 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자의 상태도 2주까지는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 현재 환자는 중증은 아니지만 1~2주 내 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남중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의 경우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혈압이 떨어질 경우를 중증으로 판단하는데, 현재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증상이 생긴 뒤 1~2주 사이 (병이 더욱) 진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치료가 다 끝날 때까지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위기단계 '주의' 격상..긴급 관계 장관 회의 개최

질본은 8일 저녁 긴급상황센터장 주재로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하고,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주의 단계는 해외 메르스가 국내 유입될 경우 내린다. 전국 17개 시도에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 격상 사실을 알리고, 모든 시도별로 지역 방역대책반을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Photo Image
2015년 메르스 창궐 당시 방역 당국이 PC방을 소독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정부는 9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이 총리는 전날 메르스 환자 발생 상황을 보고받은 직후 "역학조사를 신속하고 철저히 진행해 메르스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라"고 긴급지시를 내린 데 이어 관계 장관회의 소집을 주문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관계 장관회의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노형욱 국무 2차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진희선 서울시 부시장이 참석한다. 메르스 환자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김남중 감염내과 교수 및 민간 전문가인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 교수, 한림대 이재갑 교수도 참석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메르스 환자 및 밀접 접촉자 격리 상황, 기관별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메르스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한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