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ICT 코리아]빨간불 들어온 가전-자동차 제조업…혁신과 규제개혁으로 돌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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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전과 자동차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3월에는 70.3%까지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3월 69.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 강국 코리아는 옛말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 양강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까지 커졌다. 제조업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연간 3만2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제조업 부활 없이는 경제 회복도,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는 의미다. 혁신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제조업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중국발 저가 공세에 위기

국내 제조업 위기의 시작은 중국발 저가 공세다. 그리고 이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방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쌓아왔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진출도 확대했다. 품질을 앞세웠던 한국 제품보다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제품이 차지하는 시장이 늘었다. 여기에 중국은 기술력도 점점 업그레이드했다.

여전히 가전, 스마트폰 등 첨단 전자 분야에서 중국 제품은 최고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다. 하지만 샤오미, 화웨이, 하이얼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를 키워냈고, 가격 대비 성능을 일컫는 '가성비' 측면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국내 제조업이 위축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건비 문제도 있다.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이제는 베트남, 인도 등 새로운 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보호무역, 각종 규제에 부담 가중

미국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타격이 더 크다.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 기조에 세계 각국이 대응하면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졌다.

특히 우리 기업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의 판로 제한은 큰 타격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가 세탁기와 태양광 등에 잇따라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 기업은 미국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가전공장을, LG전자가 가전과 태양광 공장을 각각 미국에 건설했다. 어쩔 수 없이 해외에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보호무역 정책 같은 외국 정부 정책에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무역 장벽을 해소하는 지원이 요구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탁기 세이프가드 등에 개별 기업 힘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면서 “정부와 업계가 함께 대응한 것처럼 힘을 모아야하고 나아가 보다 선제적 정부 대응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혁신 역량과 유연성 키우고, 규제 풀어야

국내 제조업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기업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은 새로운 혁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는 과감한 규제 혁파로 기업이 스스로 투자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침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변화 물결이 부는 것은 좋은 기회다.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하고, 스마트팩토리로 변신해야 한다. 생산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량 생산 체제는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은 충분히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한 첨단 제품 개발과 맞춤형 생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요구된다. 외국에 비해 높은 인건비, 경직된 노동시장 특성은 기업에 큰 부담이다. 제조업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변화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신산업, 신서비스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 시스템 아래서는 기업 투자가 한계가 있다. 규제의 틀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인 것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등 대전환이 필요하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 투자를 국내로 돌리고, 외국 기업 투자가 확대돼 일자리가 늘도록 답보 상태인 규제 개혁의 조속한 추진과 기업부담을 늘리는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