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은폐' 의혹 커지는 BMW 화재 사태…원점 조사·징벌적 손배 '새국면'

BMW가 화재에 대한 원인을 알고도 숨겼다는 '은폐'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독일 본사 측에서 2년 반 전에 이미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에 대해 인지했지만, 리콜 조치는 올해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본지가 보도한 바이패스 밸브 결함을 포함해 소프트웨어(SW) 조작, 설계 결함 등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도 BMW 측은 구체적 답변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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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8일 국회 본청에서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류도정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원장,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조윤호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에서 BMW 본사 및 BMW코리아가 화재 원인에 대해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MW 측은 2015~2016년 EGR 결함에 대한 파악과 설계 변경까지 진행했지만, 올해 화재가 집중 발생하고 나서야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2년 전부터 이미 EGR이 화재 원인이라는 것을 본사에서 알고 있었는데, 올해 30대 가량 불이 나고 나서야 리콜을 결정한 것은 판매를 위해 결함을 은폐한 것 아니냐”면서 “BMW 측은 이미 지난해에도 5GT, 520d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통해 결함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EGR 냉각수 누수 건은 2015년 말부터 확인했지만, 화재와 연결된다는 것은 몰랐다”면서 “화재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올해 6월에 알았고, 7월에 리콜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독일 본사에서 이미 2년 반 전에 화재 원인에 대해서 알고 있다가 올해 한국에서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니까 올 6월에 EGR 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끼워맞추기 한 것 아니냐”면서 “2016년 12월 이후 출시 차량에는 화재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결함을 해소해 불이 발생하지 않는 등 여러 측면에서 은폐 정황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전문가를 통해 다양한 화재 원인이 제기됐다. BMW 피해자 모임을 대리하는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와 박병일 자동차 정비명장은 EGR 설계 오류를 화재원인으로 꼽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SW 조작을 의심했다. 국토위 소속 의원은 바이패스 밸브 결함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BMW 측이 EGR 결함 하나로만 특정하는 것도 결함 은폐라고 지적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이패스 밸브는 냉각수가 50도 이하에서만 열리게 돼있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열려서 500도, 700도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BMW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하고, SW상에서 조작한 것이 아닌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이와 같은 결함 은폐에 대해 빈약한 국내 처벌 수준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 규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은폐 및 늑장리콜에 대한 과징금을 미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늑장리콜을 하면 최대 10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15년 이하 징역의 형사처벌도 내린다. 국토위 소속 의원은 BMW 독일 본사와 함께 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시행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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