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D프린팅, 미래 먹거리에 중기경쟁제품 지정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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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품목에 처음으로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신청을 두고 논란이다. PC 등 다른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품목과 다르게 3D프린팅은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신산업 분야인 만큼 찬반 공방이 첨예하다.

이제 막 싹 트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성장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규제 논쟁에 휘말려 큰 기업 참여가 줄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않다.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 시 대기업 투자 유인이 적어지고, 산업 자체가 '갈라파고스'화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영세 중소기업 보호 vs 첨단산업 경쟁력 약화

3D프린팅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논쟁은 올해 6월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이 3D프린팅 품목을 '2019년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하면서 촉발됐다.

중기 간 경쟁 제품 지정 제도는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 가운데 판로 지원이 필요한 제품에 대해 정부가 대기업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2019~2021년 3년 동안 공공조달 시장에 적용할 중기 간 경쟁 제품 지정·재지정 검토에 들어갔다. 여기에 전자산업협동조합과 일부 중소기업이 3D프린터 품목 지정을 요청한 것이다.

전자산업협동조합과 중소 3D프린터 기업은 시장이 영세한 중소기업 위주로 형성됐고, 이를 보호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3D프린팅 시장에서 국내 중견기업인 신도리코와 3D시스템즈·스트라타시스 등 외국 제조사가 독과점 하는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전자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국내 3D프린터 시장을 현재 외산이나 일부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다”면서 “공공시장에서라도 중소기업끼리 경쟁하게 하면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산업협동조합은 3D프린팅 품목을 지정 신청하면서 적층융합제조방식(FDM)부터 금속분말을 활용하는 산업용 PBF 방식까지 모든 3D프린팅 방식을 중기간경쟁제품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당해연도 공공수요액 25% 이내에서 예외를 둘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내 대·중견기업이나 외국 제조사, 수입·유통업체는 공공시장에서 25%만 점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사무기기산업협회, 신도리코, 외국 제조사를 포함한 89개 업체가 일제히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기업과 협회는 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떠오르는 3D프린팅 품목을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규모 있는 기업이 참여해 공공시장을 키운 측면이 있는데 규제로 막으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중견기업 신도리코 관계자는 “국내 3D프린터 공공시장이 95억원에 불과했는데 신도리코가 참여한 이후 지난해 195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며 “지금도 국내 3D프린팅 시장에 규모 있는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데 3D프린팅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시 투자 유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3D프린터가 세계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인데 국내에서만 중기간경쟁제품 지정하면 기술수준이 하향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스트라타시스·3D시스템즈 등 국내에 3D프린터 장비를 반입·유통하는 외국 제조사는 용도·방식이 다양한 3D프린터 품목을 일괄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스트라타시스는 “3D프린터는 어떤 기술을 채택한 장비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질 수 있고, 특히 시제품은 디자인·기능성 검토 여부에 따라 기술·재료가 복잡하다”며 “이를 단순히 3D프린터로 묶어 일괄 적용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효과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청회·조정회의 거칠수록 다양해지는 의견…업체 간 합의 어려워

3D프린터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을 둘러싼 관련 업체 간 의견은 공청회와 조정회의를 거치면서 의견이 다양해지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찬성·반대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지만 업체별 주력 품목에 따라 구체적 주장은 다르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3D프린팅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에 관한 첫 공청회에 이어 이달 13일 첫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조정회의에서는 찬성과 반대 대표 업체 5곳씩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양측은 3시간 가까이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첫 조정회의가 끝나고 3D프린팅 업체 간에 의견이 더 갈리고 있다. 한 예로 3D프린팅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에 찬성하는 업체 사이에서도 지정 품목·대상에 대해서는 구체적 의견은 다르다. 전자산업협동조합은 첫 조정회의 이후에도 3D프린팅 품목에 상관없이 다만 당해년도 공공수요액 25% 이내에서 예외를 두는 '원안'을 고수한다. 그러나 FDM만 3D프린팅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대상으로 놓아야 된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곳도 업체도 나오고 있다.

국내 중소 3D프린팅 업체 한 대표는 “3D프린팅 품목을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FDM 외 방식 3D프린터외 외국 업체까지 규제 대상으로 놓은 전자산업협동조합 의견에는 반대하고 있으며, 다른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중기중앙회는 중기간경쟁제품 조정회의를 다음 달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중기벤처기업부에서 관련 부처 의견을 청취하고,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후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최종 결정을 내린다. 3D프린팅 분야는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만큼 조정회의를 통한 중재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3D프린팅 관련 내용은 논란이 많아 유의깊게 지켜본다”면서 “조정희의를 몇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지만 중재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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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중소기업 보호 논의에 매몰…규제 시 산업 갈라파고스화 우려도

3D프린팅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3D프린팅에 대한 논의가 중소기업 보호 찬반 논의에 매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적 차원에서 시장 크기를 키워야할 시점에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논의가 들어가면서 산업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D프린팅 업계 한 관계자는 “3D프린팅은 세계적으로 크는 산업이지만 우리나라 업체 존재감이 미약하다”며 “세계적 관점에서 육성책을 논의해야 하는데 국내 영세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논의에 매몰되고 있다”고 말했다.

3D프린팅을 중기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되면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보급형 제품 위주로 형성된 국내 3D프린터 시장은 대·중견기업이 접근하기엔 시장 매력·다양성이 떨어진다.

실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D프린팅 시장 규모는 3469억원으로 지난해 데스크톱 PC 공공조달 공급액 3528억원보다도 적다. 산업 구조도 영세 중소기업 비율이 높다. 지난해 국내 3D프린팅 기업 302곳 중 249곳(82.5%)이 연매출 10억원 미만 기업이다. 교육용 3D프린팅 시장 위주로 성장하고 있지만 200~500만원 보급형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 상황에서 공공시장까지 규제를 가하면 대·중견기업 투자 유인이 더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3D프린팅 업계 한 관계자는 “3D프린팅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 단계이고, 국내 시장은 연 매출 규모가 1조원도 되지 않는다”며 “대기업이 기술을 가지고 있더 하더라도 들어오기엔 시장이 적은데 규제까지 가하면 투자 유인이 더 적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성급하게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산업 육성책에 골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산업에 중기간경쟁제품 규제가 적용돼 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3D프린팅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드론이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됐지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바뀌고 있지 않다”며 “과거 발광다이오드(LED)와 센서가 중기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경험이 있는만큼 국내 3D프린팅 산업 경쟁력을 글로벌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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