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패션관광 명소 '시부야109'는 각국 패션 브랜드의 경합 무대다. 온라인 쇼핑몰로 출발한 한국산 여성의류 브랜드 '걸스룰'은 시부야109에서도 유명한 인기 브랜드다.
김희진 걸스룰 대표는 관련 업계에서 이른바 '일본통'으로 불린다. 일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것은 물론 현지 패션 브랜드와 일하는 벤더 업체에서 경력을 쌓았다. 일본에서 수직 증가세인 K패션 인기를 실감한 그는 2014년 현지 고객들을 겨냥해 걸스룰을 열었다.
핵심 고객층은 일본 10대 여성이다. 일본어로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코디를 전진 배치했다. 맨투맨과 스커트 조합처럼 한국 아이돌 사이에서 유행하는 패션을 일본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10대들을 위한 맞춤 전략이다.
김 대표는 “한국 패션 아이템과 일본 맞춤형 온라인 쇼핑몰 인프라의 시너지를 모색했다”면서 “제대로 된 온라인 유통 채널만 있으면 한류에 빠진 일본 10대들이 몰려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국에 가지 않고도 다양한 K패션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현재 걸스룰 일본어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0만명을 웃돈다. 라인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고객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 같은 인기는 지난해 시부야109에서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계기다. 현지 틈새시장이 아닌 대형 채널을 공략하는데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일본 맞춤 결제 시스템도 쇼핑몰 성장에 큰 몫을 했다. 신용카드가 없거나 은행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10대들을 위해 일본형 편의점 결제를 도입했다. 제품을 받은 후 마음에 들면 결제하는 일본 특유 후불 결제도 병행했다. 바다 건너 상품을 구매하는데 불편을 겪어야 했던 결제 장벽을 없앤 셈이다.
김 대표는 “일본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면서 “일본 10대 패션 고민을 해결해주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걸스룰의 일본 인기는 한국 시장에도 알려졌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구축한 국내 쇼핑몰도 10~20대 고객 중심 성장세가 뚜렷하다. 한일 양국에서 탄탄한 사업 인프라를 구축한 셈이다.
김 대표는 공략 국가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한류 열풍이 강한 대만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다. 남성의류를 새로운 상품군으로 선보이며 고객층을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