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창업가에게 있어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향후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사업 초기에 한번쯤은 고민해야 할 내용 중 하나이다. 창업의 목적이 영속적으로 사업 활동을 영위하는 데 두는 창업가도 있지만, 사업이 일정 수준 이상 안정감을 갖게 되면 매각을 선호하는 창업가도 많다. 뿐만 아니라 창업 이후 회사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도 여타 관련 회사와의 합병은 유용한 수단 중 하나이다. 따라서 M&A 가능성 여부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 순환을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M&A가 창업 생태계에서 이처럼 중요한 요인임에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유의미한 수준 M&A 시장이 형성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벤처기업 회수시장은 장외에서 해당 기업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과 영화나 공연 등과 같은 프로젝트성 사업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는 방식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회수방식으로 꼽히는 IPO(기업공개), M&A 등이 채 30%도 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 특히 M&A를 통한 회수는 전체의 2%가 채 안 된다.
반면 미국은 벤처기업의 80% 가까이가 M&A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5대 IT 기업은 별도의 벤처캐피탈을 설립해 2012~2016년 기간 동안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해 이들 기업에 회수 내지 성장 기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월마트·GE 등 전통기업도 스타트업 M&A를 통해 자사의 신규 사업을 적극 모색 중이다. 결국 국내에서 창업한 사람은 출구전략이 다양하지 않은 것이다.
예비 창업자에게 유의미한 수준의 M&A시장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자금 회수 차원만이 아니다. 진출한 산업 부분에서 공급 과잉이 유발됐을 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M&A이기도 하다. 또한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신제품을 가장 손쉽게 개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신규 산업 내지 신규 시장에 가장 효과적으로 진출하는 방법 역시 M&A다.
회사가 보유하지 않은 역량을 가장 쉽게 확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유통망이 부재한 기업이 한번에 유통망을 확보하는 방법, 신뢰받는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이 명망있는 브랜드를 확보하는 방법, 자체 R&D 역량을 확보하는 방법 모두 유의미한 수단이다.
이처럼 기업의 생존과 성장전략 수단으로 M&A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 역시 M&A를 단순히 회수전략 차원이 아닌 기업의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국내 벤처기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벤처기업은 M&A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뒤이어 시너지 창출, 신규시장 진출을 위한 시간 단축, 규모의 경제 및 시장지배력 확대 순으로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예비창업자는 자신이 준비하는 사업 부분에 대한 M&A 차원의 준비와 관점도 수반해야 한다. 상황이 바뀌어 중간에 사업체를 매각하려 할 때 잠정후보군은 누가 될 것인지, 반대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수하거나 협업할 수 있는 후보기업은 누구인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사전 접촉을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