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7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빅데이터 사용 및 활용 능력은 조사 63개 국가 가운데 56위다. 각종 정보화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ICT 강국 위상과 대비된다. 우리나라 데이터 사용과 활용의 장애 요인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고 비유될 정도로 미래 사회 인간 삶에 중요한 자원이다. 무한한 경제적 기회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데이터의 자원적 가치가 점증됨에 따라 글로벌 국가들의 데이터 주도권 싸움도 치열하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표준화 및 활성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6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을 의결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수준과 그동안 노력한 데이터 활성화의 한계점을 인정한 바 있다.
2016년 우리 정부는 '데이터 이용의 수요 대응'과 'ICT 융합 산업 발전 도모'를 위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개인정보 비식별화는 민간과 공공 분야에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 등장을 촉진할 수 있어 데이터 활성화의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개인정보 활용의 법적 근거 및 재식별 가능성 문제를 제기,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 확산은 답보 상태에 있다. 이는 그동안 발생한 각종 온라인 포털·통신사·금융권 등의 다양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개인정보 보유 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저하시켰고, 비식별화된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동의를 얻지 못한 데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은 1960년대 고객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필요한 수요자와 연결시키는 등 수집해서 사고파는 '데이터브로커'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브로커라는 단어가 불법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데이터브로커는 빅데이터 등장 이후 데이터 생산자와 수요자를 이어 주며 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브로커는 소비자 개인 사생활 정보와 의료 정보까지 수집하고 있으며, 정부는 우리와 같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전 동의 절차보다 사후 유출과 사고 예방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또 데이터를 제공하는 개인정보 제공과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우리보다 개방적이다. 미국의 데이터브로커 산업은 현재 184조원까지 성장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 데이터 제공과 활용에 대한 한층 진화된 개념을 보여 준다. 개인이 정보 제공 주체가 돼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고, 원하는 정보 활용 기관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개인은 좀 더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도시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여러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과 활용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도시는 활발하게 시민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는 데이터 수집과 제공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제는 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먼저 정보관리 기관은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개개인도 비식별화된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 가치와 공공적 가치를 인식하고 개인 스스로 데이터 주권과 주체성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치형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chilee@sdf.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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