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31>전자담배의 아이폰 '줄'

유니콘 기업 가운데 논란이 가장 많이 되는 회사로 줄을 꼽을 수 있다. 줄은 2015년에 팍스 랩에서 출시한 전자담배 성공을 기반으로 2017년 분리 독립했다. 기업 가치가 200억달러다. 유니콘 기업 공동 6위다.

이 회사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청년 창업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끽연가인 스탠퍼드대 출신 두 젊은이가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담배를 소비하는 방법에서 연소를 제거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다.

전자담배는 말린 담뱃잎을 태우는 게 아니라 액상 니코틴을 증기화해서 흡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도는 여러 전자담배 회사가 했다. 후발 업체 줄은 놀랍게도 출시 3년 만에 전자담배 시장의 60%를 장악했다. 판매를 본격화한 2015년에 2억200만달러 매출을 올렸고, 621%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회사의 높은 기업 가치에는 끽연이라는 특수한 사업 모델의 장점이 숨어져 있다. 전자담배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액상 니코틴을 증기화할 수 있는 기구와 액상 니코틴 카트리지가 필요하다. 과거의 면도기 시장이나 커피 머신, 프린터, 게임기처럼 기계를 팔고 나면 소모품을 계속 팔 수 있다. 끽연은 소비 빈도가 다른 어떤 것보다 높기 때문에 줄은 월 2000만개 이상 액상 니코틴 카트리지를 판매하고 있다. 매년 끽연자 수백만명이 줄의 새로운 끽연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기는 35달러 수준, 카트리지가 16달러이다. 기기 대 소모품 매출 비중을 감안하면 사업 모델 우수성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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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성공 방식을 보면 혁신 기업 공통점을 볼 수 있다. 우선 줄은 담뱃잎에서 추출하는 니코틴염 성분을 활용해서 끽연자가 기존 담배에서 느끼던 맛에 가장 근접한 맛을 제공한다. 많은 기존 전자담배 사용자가 다른 맛에 실망하고 포기하는 문제를 극복한 것이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디자인 경영이다. 줄의 전자담배기기는 최고급 USB 메모리 모습을 하고 있다. 기존 전자담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전자담배라는 인식을 전혀 주지 않는 디자인이다. 마치 과거 애플의 아이맥이 '캔디'라는 이름의 다양한 색상 디자인으로 매료시킨 것처럼 담배 맛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이유로 줄 상품은 전자담배의 아이폰으로 불린다. 광고도 인스타크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쿨한 이미지로 전달하고 있다. SNS 광고는 경제성이 있는 데다 디자인 위주 이미지여서 효과적이다.

그러나 니코틴 중독을 염려하는 많은 단체로부터 비난과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멋들어진 디자인이 청소년에게 끽연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이런 이유로 식품의약국(FDA) 등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규제와 소송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일부 사회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는 줄 투자를 꺼리고 있다. 윤리 논란은 줄 성공이 계속될수록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줄 성공은 창업과 기업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첫 번째 혁신 영역은 제한이 없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혁신하지 못할 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든 소비자에게 좀 더 나은 경험을 주는 혁신은 성공한다.

두 번째 고객이 원하는 차별 상품 위력이다. 끽연가는 끽연에서 오는 쾌감을 소비한다. 그 쾌감을 제대로 전달한 유일한 전자담배는 급속하게 경쟁자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본질적 가치 혁신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디자인 중요성이다. 어떤 상품을 어떻게 담고 소비자에게 편리한 경험을 주느냐가 내용물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가 애플의 로고가 선명한 컴퓨터와 아이폰을 비싼 가격에 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리적 논란을 떠나 줄은 성공한 혁신의 모습을 웅변한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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