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패널사 AUO가 증착 방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을 건너뛰고 차세대 잉크젯 프린팅으로 OLED 패널을 생산할 전망이다. 모니터,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 IT제품 시장을 우선 목표로 차세대 기술 제품을 공급하는데 나선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AUO는 최근 4.5세대 규격으로 잉크젯 프린팅 방식 OLED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여러 잉크젯 프린팅 장비 제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 장비 성능과 투자 규모 등을 결정하면 4.5세대 규격의 잉크젯 프린팅 라인을 준비해 생산할 방침이다.
AUO는 모니터, 자동차 등 IT패널 시장 강자로 평가받는다. 액정표시장치(LCD) 위주로 생산하며 자금부족 등으로 한국이나 중국보다 OLED 투자 여력이 부족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진 못했다. 인셀터치 기반 스마트워치용 OLED,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폴더블 OLED 시제품 등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정식 OLED 양산 경험은 아직 없다.
지난해 쿤산에 6세대 규격 리지드·플렉시블 OLED에 투자해 올해부터 생산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투자는 집행하지 않았다. LCD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기도 했다.
AUO는 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당초 계획한 6세대 OLED 투자를 건너뛰고 차세대 공정인 잉크젯 프린팅으로 직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일본 JOLED가 고해상도 모니터와 자동차 시장을 겨냥해 잉크젯 프린팅 기반 패널 생산에 도전장을 던졌다. AUO가 앞선 LCD 기술을 바탕으로 IT기기용 패널 시장 강자로 군림해온 만큼 기존 경쟁력을 플렉시블 OLED로 계승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잉크젯 프린팅 기술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BOE, 차이나스타가 대형 TV 패널에 도입하려고 검토 중이다. R·G·B(적·녹·청) 화소를 증착하지 않고 프린팅 방식으로 인쇄하는 기술은 세계서 아직 양산에 도입된 적이 없다. 비록 틈새시장이지만 JOLED나 AUO가 RGB 잉크젯 프린팅 기술 양산에 먼저 도전하는 셈이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가장 앞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분야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수 년간 다수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 OLED 탑재를 추진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이 사업에 본격 닻을 올릴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은 한국·중국에 비해 중소형 플렉시블 OLED에 적극 투자하지 못해 점점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AUO가 미니LED 등 LCD 기술 고도화를 적극 연구하고 있고 잉크젯 프린팅 방식 OLED까지 도전해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데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