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DNA나 단백질과 같은 생체물질 시료를 손상 없이 장기간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동안 밝힐 수 없었던 유기 고분자 생체 작동원리를 알아내는 주요 기반을 마련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스티브 그래닉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이 이끄는 연구팀이 '중수'를 이용해 생체물질 투과전자현미경 관찰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생체물질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대상 물질을 액체에 둬야 한다. 우리 몸과 같은 액체 환경을 구현해야 시료 건조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물을 담을 수 있는 얇은 그래핀 주머니가 해결책으로 나왔지만 실제 생체물질 관찰에는 난점이 많다. 전자현미경에서 나온 전자빔이 물을 수소와 과산화수소로 분해하기 때문이다. 관찰이 장기화되면 주머니 안에 공기방울이 가득 차 액체 환경이 깨지고 시료가 손상된다.
연구팀은 주머니 액체를 물에서 중수로 바꾸는 방법으로 시료 손상을 지연시키는데 성공했다. 중수는 중수소 두 개와 산소 한 개로 이뤄진 물이다. 보통 물보다 중성자 한 개가 더 많다. 물보다 무겁고 구성요소가 많아 전자빔의 영향에 더 늦게 상호작용한다.
연구팀은 중수를 담은 그래핀 주머니를 이용할 때 기존대비 시료 손상까지 걸리는 시간이 2배 가량 늦다고 밝혔다. 그래핀 주머니가 공기방울로 가득찰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늦다. 물 기반 주머니는 150초 후 공기방울로 가득 찬 반면에 중수가 든 주머니는 시간이 200초 이상 걸렸다.
연구팀은 중수를 이용한 관찰법을 많은 투과전자현미경 활용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체분자 작동원리를 실시간 영상화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후안 왕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연구위원은 “시료가 전자현미경 관찰로 손상되는 문제를 막는데 성공했다”며 “중수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관찰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