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공과대학장협의회장 "수능서 기하, 과학Ⅱ 제외하면 대학 진학 후 더 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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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 과학Ⅱ를 제외하면 학생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까요. 오히려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이 대학 커리큘럼을 따라가는데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관련 분야 전공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정성훈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한양대 교수)은 수능에서 기하, 과학Ⅱ을 제외한다는 정부 결정을 두고 “수월성을 위해 공부를 포기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생”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입정책포럼에서 '2022학년도 수능 과목구조 및 출제 범위안'을 발표했다. 수학 영역은 문·이과 공통과목(수학Ⅰ·Ⅱ)과 함께 선택과목으로 확률·통계 또는 미적분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탐구영역은 과학Ⅱ(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지구과학Ⅱ)를 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앞서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발표하며 수학은 현행(2019~2020년)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제외시켰다. 학생 학습 부담을 줄이고 문·이과 통합 교육을 골자로 하는 '2015 개정교육과정' 기조를 이었다. 과기계는 정부의 이같은 행보에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등 13개 국내 과학기술단체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이공계 지원자는 '기하'와 '과학Ⅱ'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수학은 가형과 나형을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관련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서명 운동을 전개했다.

정 회장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선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클 것이 분명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정 회장은 “학교에서 수학 Ⅱ를 공부하지 않은 신입생을 위해 입학 전 수업을 제공하는데 수학Ⅱ를 공부한 학생이 더 잘하기 위해 참석하지, 수학Ⅰ만 들은 학생은 참여율이 저조하다”면서 “이미 수학을 포기해 관심이 없는 학생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에서 만약 기하, 과학Ⅱ를 제외한다면 수학과 과학에 무관심한 학생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수능에서 제외되는 순간 그 과목은 학교에서 선생님, 학생 모두에게 외면 받는 '죽은 과목'으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고등학교때 이공계 진학을 희망한 학생이라면 당연히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면서 이후 심화과정을 접해야 한다”면서 “현재 수능안은 이공계적 사고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훈련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하를 배우지 않는다고 수학을 못 하는가'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최근 이공대의 문제 해결 방식을 보면 기하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반론을 펼쳤다.

기하에서 다루는 행렬, 벡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물체 운동을 구현하고 파악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로 여겨진다. 이 과목을 배우지 않으면 대학 전공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실제 최소 학점만 이수하고 졸업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게 정 회장 설명이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공부란 것이 시기가 있는데 심화 과정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고교 과정을 다시 가르치는 것이야 말로 학생에게 더 큰 부담”이라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희망 분야에 따라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대학 교육 정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힘 줘 말했다. 그는 “기하, 과학Ⅱ 제외로 학생 부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가 과연 실현이 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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