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P2P 시장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직전을 연상케 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쏠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P2P 산업이 왜 생겨났는지 본연의 역할을 다시 돌아봐야할 때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새로운 협회를 준비하는 이유입니다.”
김성준 렌딧 대표가 3분기 내 강화된 자율규제안을 갖춘 새 협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렌딧과 8퍼센트, 팝펀딩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에서 김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새로운 협회에서는 위험자산 및 안전자산 구분 공시, 자산별 투자 비중 강제화 등의 자산 건전성 규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소상공인 대출과 부동산 담보·PF 대출을 함께 취급하는 업체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공시하게 한다.
최근 P2P시장에서 확산되는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P2P 투자자 보호장치는 금융위원회에서 올 초 발표한 투자한도 규정(부동산 대출 1000만원, 그 외 2000만원)뿐이다.
김 대표는 “지금 가이드라인은 물을 떠 마실 그릇 크기에만 제한을 둔 것인데, 그 물 자체가 혼탁하면 얼마를 마시든 위험한 것은 똑같다”며 “이에 협회 자체적으로 자산건전성 규제, 예치금 분리보관, 대출자산 신탁화 등의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어도 3분기 내에는 구체화된 규제 내용을 마련하고 협회를 발족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렌딧이 새 협회 준비에 착수한 것은 일련의 P2P업체 부도·사기 사태가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P2P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도 PF 부실이 전반에 영향을 미쳤는데, 전문가들도 현재 P2P 시장이 그때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P2P시장에는 LTV, DTI 같은 규제가 없다보니 불건전한 대출이 넘어오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P2P 시장에서 부동산 담보·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P2P업권이 '메기 효과'라는 본연의 역할을 되새겨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창립한 지 3년을 넘긴 렌딧은 비대면 방식과 빅데이터 기반 적정금리 산출 모델을 바탕으로 약 100억원에 가까운 이자를 절감시켰다. 그 중 고금리 대출에서 중금리 대출로 갈아탄 고객도 절반에 달했다.
김 대표는 “영국에서는 정책 자금을 P2P업체에 공급하고 이를 소상공인에게 대출하고 있으며 미국 렌딩클럽에는 캐나다 연기금이 대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P2P도 생산적 금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정부가 적정 규제로 왜곡된 P2P 시장을 개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