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업화를 위해 4년간 8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저전력 마이크로서버'가 완료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무용지물이다. 개발 참여업체조차 사업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기술이전을 꺼린다. 정부가 정확한 사업성 검토 없이 개발을 추진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방송 기술개발 및 표준화 사업'으로 마이크로 서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개발명 '코스모스'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관사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와 민간기업 3곳이 참여했다. 사업비 86억원이 투입돼 개발 3년 만인 지난해 8월 시제품을 완성했다.
코스모스 저전력 마이크로 서버는 1개 서버 섀시(너비 48㎝, 높이 22㎝)에 최대 64개 서버 탑재가 가능하다. 기존 보급형 x86 서버와 비교해 집적도를 10배 이상 높여 서버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는 등 과제 선정 당시 최고 사양을 목표로 했다. 결과물 기대도 컸다.
ETRI는 지난해 8월 보도자료를 내고 6개월 내 사업화를 공헌했다. 당시 보도자료에 '(코스모스 저전력 마이크로서버)국내 산업에 새로운 촉진제가 돼 시장 활성화,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돼 향후 6개월간 사업화 과정을 거쳐 제품화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계획과 달리 사업화는 진행되지 못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3개 업체 모두 저전력 마이크로 서버 사업화를 진행하지 않았다. ETRI는 기술이전 등을 담은 계획서를 5000만원에 제안했지만 컨소시엄 참여기업뿐 아니라 국내 하드웨어 개발·생산 기업 가운데 한 곳도 기술이전 의향을 전달하지 않았다.
ETRI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기술이전을 위해 다양한 방향을 타진했지만 응하는 기업을 찾지 못했다”면서 “사업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한 곳은 자체 데이터센터에 기술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에 참여한 A기업은 해당 기술이 현재 시장성이 없어 기술이전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기업은 4년 전 코스모스 프로젝트에 초기 참여해 일부 부품 개발을 담당한 후 ETRI와 이후 프로젝트 진행에 협업하지 않았다. A사가 개발에 참여한 부품은 현재와 비교해 50% 이상 성능차이가 난다. 사업화를 위해 4년 전 진행한 개발을 현재 상황에 맞춰 다시 반복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또 다른 기업은 사업화 진행을 고려 중이지만 해당 과제에서 수행한 제품이 아닌 별도 제품으로 특화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해당사업 참여 관계자는 “프로젝트 전체를 사업화하기에 시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면서 “프로젝트 초 참여 기업과 충분한 교감 없이 진행돼 향후 사업화로 이어지는 데 많은 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