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날아오른다!
태양은 뜨겁다. 얼마나 뜨거울까. 벌겋게 녹은 쇳물은 1500도가 넘는다. 금속 중 녹는점이 가장 높은 텅스텐은 3410도가 돼야 녹는다. 그런데 태양의 표면 온도는 그 갑절이 넘는 6000도나 된다. 염열지옥이라도 이보다는 시원할 것이다.
인류가 태양에 관해 400년 이상 연구해 왔지만 아직도 수많은 태양 비밀이 풀리지 않은 채 있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 태양 고온 때문이다. 감히 인류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태양이다. 그런데 이 지옥 같은 태양 대기 속으로 뛰어들 영웅적 탐사선이 곧 태양을 향해 날아오를 거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빠르면 8월 초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델타 Ⅳ 헤비 로켓에 파커 태양 탐사선을 실어 태양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태양 미션은 태양 신비를 풀어줄 양질 데이터를 얻기 위해 탐사선을 전례 없이 태양에 가까이 접근시킬 계획이다. 〃'터치 선(Touch Sun·태양을 터치하라)'이라는 프로젝트 명칭처럼 탐사선은 태양으로부터 620만㎞까지 7차례 근접비행을 하는데, 이는 이전 탐사선 접근 거리보다 8배나 가까운 것이다. 또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태양 사이 거리(5790만㎞)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만 접근해도 태양은 지구에서 보는 것보다 23배나 크게 보인다. 더 이상 접근한다면 텅스텐도 녹여버리는 지옥불 속으로 떨어지는 꼴이 되고 만다.
문제는 1370도까지 치솟는 엄청난 실외 온도, 지구에 비해 475배 강한 태양 복사로부터 어떻게 탐사선과 기기를 보호하느냐는 점인데, 이를 위해 파커 탐사선은 11.43㎝ 두께 탄소복합체 외피를 둘러싸 실내온도 27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태양 탐사선에는 전자기장과 플라스마, 고에너지 입자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와 태양풍 모습을 3D 영상으로 담을 수 있는 카메라 등이 탑재된다. 이 장비로 태양 대기 온도와 표면 온도, 태양풍, 방사선 등을 정밀 관측한다.
◇첫 번째 수수께끼 '코로나'
이번에 태양으로 쏘아 보내는 탐사선 이름은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다. '파커'는 평생을 태양 연구에 바친 미국 천체물리학자 유진 파커(1927~)를 기리는 뜻에서 따온 것이다. 생존 인물을 탐사선 이름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최초이다.
유진 파커 박사는 태양 2대 비밀 중 하나인 코로나 고온에 대해 유력한 가설을 내놓은 천문학자다. 태양 대기 상층부, 곧 코로나 온도가 태양 표면보다 무려 200배나 높은 수백만도나 된다. 모닥불에서 멀어질수록 열기는 낮아진다. 그런데도 코로나가 이처럼 고온인 것은 대체 무슨 조화일까. 그 이유는 태양 대기 속에서 초당 수백 번씩 일어나는 작은 폭발(nanoflares)이 코로나 속 플라스마를 가열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 파커 이론이다.
◇두 번째 수수께끼 '태양풍'
두 번째 수수께끼는 태양풍 속도에 관한 것이다. 태양풍이란 말 그대로 태양에서 불어오는 대전된 입자 바람으로 '태양 플라스마'라고도 한다. 태양은 쉼 없이 태양풍을 태양계 공간으로 내뿜고 있는데, 우리 지구 행성을 비롯해 태양계 모든 천체는 이 태양풍으로 멱을 감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태양풍이 어떨 때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하는데, 이를 '코로나 질량 방출(CME)'이라고 한다. 태양 흑점 등에서 열에너지 폭발이 발생하면 거대한 플라스마 파도가 지구를 향해 초속 400~1000㎞로 돌진한다. 이럴 경우 마치 지구 자기장에 구멍이 난 것처럼 대량 입자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태양폭풍'이라 한다.
이 물질은 대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직접 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위성통신과 통신기기를 활용하는 전자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전력망, 스마트폰, GPS 등 위성통신을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가 마비될 수 있으며 대규모 정전사태를 가져와 엄청난 재산상 피해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고위도 지구 상공에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들기도 한다.
가장 최근 관측된 태양폭풍은 2013년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일어났다. 이로 인해 태양을 관측하던 인공위성인 SOHO가 고장나고 지구 궤도를 돌던 우주선이 크고 작은 손상을 입었으며,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던 우주인은 태양폭풍이 뿜어내는 강력한 방사선을 피해 안전지역으로 대피해야 했다.
그런데 이 태양풍의 엄청난 속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 태양 표면에서는 그런 속도를 만들 만한 기제가 없다. 따라서 태양풍은 태양 표면에서 행성까지 오는 공간에서 그런 속도를 얻는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그 원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이번 태양 미션에서 풀어내야 할 큰 미스터리다.
태양풍에 대한 정확한 관측이 필요한 것은 이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인적·물적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태양풍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 달과 화성, 나아가 심우주를 탐험하는 데 필수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이를 위해 2018년에서 2025년까지 24차례 태양에 근접비행하며, 태양 궤도를 24차례 돈 후 태양 코로나 속으로 급강하할 예정이다.
NASA 본부 프로그램 과학자 리카 구하다쿠르타는 “이러한 태양의 신비를 풀기 위해 파커 프로브가 실제로 코로나 속으로 뛰어들어 거기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탐사선이 헌정된 주인공 유진 파커 박사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태양 탐사선은 이전에 한 번도 탐구된 적이 없는 우주 한 지역으로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마침내 태양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측정을 하게 될 것이며,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우주는 항상 그렇다.”
빠르면 내달 초에 태양을 향해 날아올라 7차례 금성에 중력 도움을 받은 뒤 11월께 태양 궤도에 도착할 파커 솔라 프로브가 과연 태양의 2대 비밀을 풀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 과학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글:이광식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