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계열화 탈피해 각자도생 그룹 전자 계열사 상반기 호실적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지난 상반기에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그룹 맏형격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실적이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계열사가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실적이 상승한 것이 주목된다.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로 각자도생에 나선 계열사들이 수직 계열화에서 탈피, 독자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 대표 계열사 삼성전자는 상반기 매출 120조6048억원, 영업이익 30조9151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일제히 증가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3조2804억원에서 올해 3조9099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62억원에서 3294억원으로 342%나 급증했다.
삼성SDI는 2조7591억원이던 매출이 4조600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영업이익은 618억원 적자에서 1869억원으로 큰 폭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S도 매출 4조5236억원에서 4조9607억원, 영업이익 3328억원에서 3984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전에도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실적이 일제히 상승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에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실적이 상승했을 때는 스마트폰이 중심에 있었다.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 관련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계열사 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 관련 사업 비중이 높아 스마트폰 성적에 따라 계열사 실적이 연동됐다.
반면에 올해는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였음에도 계열사 실적이 좋아졌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까지 부진했다. 계열사들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따른 부품 사업 실적 악화에도 신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며 실적 상승을 이뤄 냈다.
삼성은 지난해 2월 그룹 컨트롤타워이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며 계열사 '각자도생'을 추진했다. 전자 계열사는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성장 동력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실적이 급증했다. 삼성SDI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를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중대형 배터리 등에서 매출을 확대했다. 신사업 성과에 힘입어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 삼성SDS는 사업 특성상 삼성전자 의존도가 70%대에 이르지만 클라우드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성과에 따라 실적이 오르내리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지난해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올해는 의존도를 더욱 줄이고 신사업을 키워 내면서 독자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