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AI, 보안 구세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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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알파고 충격이 세계를 강타한 후 인공지능(AI)이 인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산업계를 지배했다. 실제 AI가 성과를 보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AI는 음성인식, 자동차, 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등 모든 산업에서 하나씩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에어컨은 스스로 생각해 온도를 조절하고, 챗봇 시스템은 실제 인간과 대화하는 듯 착각을 준다.

사이버 보안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바이러스 탐지·방어, 보안관제까지 주요 보안 기업은 AI를 사이버 보안 분야에 접목할 것을 내비쳤다. 지난해 보안분야 최대 콘퍼런스 'RSA 2017' 주인공은 'AI'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IBM은 AI '왓슨 포 사이버 시큐리티'를 발표했다. 시만텍은 머신러닝을 엔드포인트와 사물인터넷(IoT)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머신러닝과 AI 인텔리전스를 활용했다. 세계 보안기업이 AI를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국내 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안랩, SK인포섹, 지니언스, 세인트시큐리티, 이스트시큐리티 등 AI는 보안기업 미래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여겼다. 신사업 관장하는 부서를 만들고 기존 서비스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했다.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시점 RSA 2018에서 AI가 보안 미래가 될 것이라는 희망대신 아직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 했다. AI는 기대했던 것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내 기업도 AI 서비스를 내놨지만 AI 보안이 아닌 기존 서비스에 AI를 일부 접목하는 시도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보안행사에서 지난해와 다른 점은 AI 기대감 이다”면서 “보안 기업 스스로 원했던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화두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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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안, 국내 상황 더 어렵다...“인력부족·기술 차별화” 안돼

국내 사이버 보안 시장에서 AI를 진척 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아직 관련 전문가 영입, 기술 차별화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

자동차, 모바일, 유통 등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군에서 AI를 공격적으로 도입하면서 AI전문가가 부족하다.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 시장 기준으로 AI 전문가 평균 연봉은 16만9000달러(1억8800만원)수준이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 현상에서는 AI전문가 부족으로 현장에서는 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I전문가 부족은 보안 기업에 치명타다. AI전문가가 복잡하고 어려운 보안영역으로 오지 않으려 할뿐 아니라 보안기업이 이들 전문가를 수용할 만큼의 자금 여력도 되지 않는다. 국내 보안기업 대부분 AI전문가 확보를 하지 못한 상태서 관련 기술을 개발·서비스 한다. 때문에 자사 서비스만을 위한 기본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혁신을 도모하거나 세계 시장에 내놓을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한다.

A기업은 올해 엔드포인트 보안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해당 솔루션에 AI기술을 접목했다. 하지만 자체개발 알고리즘이나 이를 관장하는 AI전문가는 없었다. 기존 서비스 개발 인력은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텐서플로를 활용해 자사 솔루션을 접목하는데 그쳤다.

B기업도 마찬가지다. 별도 AI전문가는 없다. 기존 서버 등 개발 분야에 있는 전공자가 AI관련 업무를 익혀 오픈소스 SW를 활용해 기존 솔루션에 AI를 접목했다.

C기업은 20명가량 AI관련팀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곳에도 AI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알고리즘 개발 등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서 보안 분야 AI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해당 기술이 주목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력 풀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등에서 AI인력을 수급하기 때문에 보안 분야 전문가를 끌어온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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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 사람'

AI를 접목한 보안 솔루션이 실제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AI의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형태다. 출시된 제품 대부분 기존 규칙기반 방식에서 크게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보안 기업 사이에서도 회의감이 제기된다. 가야할 방향이 맞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국내 시장 환경에서 개발도 어렵고, AI제품을 내놓는다고 해서 미래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국내 보안 기업이 내놓은 솔루션을 보면 AI접목 솔루션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라면서 “보안기업이 AI와 관련해 많은 연구를 해야 하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이유를 들어 진척을 보이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결국 AI도 스스로 학습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며 이들 데이터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 실제 필요한 데이터로 사용된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씩 쏟아지는 보안위협의 복잡한 데이터를 학습시키기에는 빅데이터 등 전문 인력과 수집 데이터가 부족하다. 결국 사람문제로 귀결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전문가와 학습시킬 데이터 양과 질에 따라 좌우 된다”면서 “이들 전문가를 확보 하지 못하거나 양질의 데이터 없이 기존 나와 있는 오픈소스 엔진을 이용한다고 해서 고도화된 AI보안 솔루션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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