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편결제 산업이 플레이어만 많고 구심점을 못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신용카드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통합 플랫폼 구축에 동맹진영을 형성하지 못한 탓이 크다.
반면 세계 간편결제 시장은 공룡 IT기업의 진입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와 QR코드 진영으로 이분화 됐다. 이들 진영은 또 기존 카드 플랫폼을 아예 대체하려는 대형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한국이 산발적인 간편결제 경쟁에 집중할 때 미국은 정부표준을 적용한 지문형 신용카드 개발에 착수했다. 간편결제 혁신보다 한발 더 나아가 기존 결제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모바일 기반 표준과 함께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생체+플라스틱 카드 조합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글로벌 카드사도 지문카드 보급사업에 착수하며, 힘을 실었다.
마스터카드는 2021년까지 기존 신용카드 33억장을 지문신용카드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비자카드도 지문카드 발행을 시작했다. 중국인민은행이 지난해 1월 시냅틱스 칩을 승인함에 따라 은련(유니온페이)도 약 56억장의 기존 카드를 지문 신용카드로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도 정부도 아드하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드하르는 전 국민에게 지문·홍채·얼굴 등 생체 정보를 담은 신분증(생체인식카드)을 발급하는 프로젝트다. 약 10억명의 지문과 홍채 인식 정보 등이 들어가는 세계 최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작업이다.
에스토니아도 e-ID발급을 통해 2000개 민원업무를 전자신분증으로 해결한다. 미국정부도 2021년가지 비밀번호 사용금지를 선언했다. 세계 유엔 59개 기구도 올해부터 지문카드를 도입한다.
◇QR·NFC로 양분되는 간편결제 시장...한국은 '어정쩡'
반면 국내 카드사는 기존 플라스틱 카드가 보유한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혁신적 플랫폼 투자와 합종연횡에 눈을 감았다. 후발 IT기업과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해 연합전선을 펼치려 해도 보수적인 카드사의 협력을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IT기업이 간편결제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도 카드사 카르텔로 곤욕을 치른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이들 전통 금융사는 플랫폼 혁신보다 사이버보안과 개인정보보호 등 보안 부문에 더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 금융사가 협업 체계를 아예 외면한 것은 아니다. 그간 롯데카드-비씨카드-KT, 신한-인터페이, KB국민카드-베트남 GNC텔레콤 등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표준화된 플랫폼 협업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플랫폼 확장에만 힘을 쏟는 형국이다.
세계 모바일결제는 크게 모델이 세가지다. 삼성, 구글, 애플 등이 추진하는 직접 지급결제 방식이 첫 번째다. 또 근거리무선통신을 지원하지 않은 스마트폰에 대한 대안으로 QR코드 등 간접 지급결제 방식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맞춤형 앱방식이 있다. 앱을 통해 모바일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그간 한국은 이 3가지 방식 모두를 산발적으로 추진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과거 근거리무선통신(NFC) 시범사업 등을 통해 결제 표준화 직전 단계까지 간 바 있다.
문제는 투자비다. 최근까지도 국내 신용카드사는 NFC결제 활성화를 위한 별도 TF를 만들었지만 인프라 조성에는 실패했다.
◇이중투자 우려, 표준화 실패...대연합 필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한 몫 했다. 정부는 기존 마그네틱 방식 거래를 IC로 전면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 달부터 시행에 돌입한다. 하지만 IC카드 결제단말기에 NFC 기능 의무화를 배제했다. 향후 중국과 미국 공세에 한국도 NFC 결제가 주류가 된다면, 이중투자를 감수해야 한다. 애플페이와 구글 안드로이드페이의 한국진출이 곧 추진될 가운데, 기술 종속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의 QR결제에도 속수무책이다. 우리가 한발 앞서 QR코드 결제를 선보였지만 상황은 역전됐다. 이미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은 QR코드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전세계로 확장했다.
중국계 독점 카드사인 유니온페이는 최근 'CPM'과 'MPM' 두 가지 QR 결제방식을 선보였다.
CPM 방식은 소비자 스마트폰에 생성한 QR코드를 가맹점에서 스캔하는 방식이다. 이와 반대로 MPM 방식은 소비자가 가맹점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 중 MPM방식을 국내에 론칭했다. 명동, 동대문 상가와 공항철도 등 400여개 가맹점에서 QR결제를 운영한다.
결국 한국은 두 진영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됐다. 전통 금융사도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또다른 IT진영도 플랫폼 규격화에는 실패했다. 자사 외형 확장에만 신경쓴 탓이다.
업계는 지금이라도 통합 결제 플랫폼 구축에 한국 기업 단일 협력체제가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 미래 기술을 탑재한 결제수단 표준화와 선점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블록체인, 인지시스템과 같은 시장 파괴적 기술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샌드박스를 확대에 나서야 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