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28일 규제혁신 입법 총력전을 예고했다. 전날 회의를 2시간여 앞두고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던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연기된 후 정부와 여당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부처에 규제혁신 속도를 높이라는 주문에 이어 국회에도 방치된 규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압박이 전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규제혁신을 위한 법안을 시급히 심의 처리해 주시길 국회에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조속한 처리가 필요한 법안으로 규제 샌드박스 관련 법안 4건과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포함한 규제혁신 5법과 국회에 장기간 계류된 규제 관련 법안을 꼽았다.
그는 “법률이 바뀌지 않으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혁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 협력을 거듭 간청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전날 회의 취소와 관련해 “부처로부터 받은 사전보고에 결과와 계획이 함께 있었는데, 결과가 훨씬 더 많아지길 바란다”며 “관계 부처는 규제혁신과 관련해 결과를 더 많이 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규제혁신 점검회의에 앞서 이뤄진 관계 부처 사전보고가 규제혁신 '결과'보다 '계획'에 치중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기업경영자나 창업희망자 등이 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관계 부처의 악전고투와는 별도로, 현장에서는 규제가 혁신되고 있다는 실감이 적다”며 “그래서 훨씬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훨씬 더 치열하게 규정과 씨름하고 타성과 싸워야 한다. 이해관계자와 더 많이 대화하고 가치의 충돌을 더 깊게 조정해야 한다”며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거나 하위 규정을 정비하는 노력도 강화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여당도 규제 관련 입법에 주목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소극적인 생색내기로 규제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며 “규제개혁은 문재인 정부 성장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규제혁신 점검회의 취소와 관련해 “정부 각 부처는 공직사회 내 무사안일과 보신주의 분위기를 일신하라는 국민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규제개혁 입법과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취소한 것은 규제혁신을 적당히 시늉만 내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며 “민주당은 하반기 국회에서 혁신 성장과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규제혁신 5법은 야당 때문에 발의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한번 못하고 있다”며 “하반기 국회가 시작하는 대로 상임위원회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취소된 규제혁신 점검회의는 내달 중 다시 일정을 잡아 개최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개인정보 규제 등 핵심 규제 이슈에 대한 보완작업을 거쳐 내달 중 다시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