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비보·화웨이·샤오미에 이어 삼성까지...'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도입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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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시장이 마침내 개화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관심을 모았지만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던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속속 접목되면서 성장 산업으로 빠르게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이 기존 물리 버튼 형태의 지문인식처럼 스마트폰 필수 기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주목돼 주도권 싸움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은 무엇?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은 디스플레이 내에 지문인식을 구현한 기술이다. 별도의 물리 버튼이 아닌 화면 위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지문을 판별, 잠금해제나 모바일 결제와 같은 사용자 인증에 활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이 부상하게 된 배경은 스마트폰 디자인 발전과 연관 깊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전면을 화면으로 가득 채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풀스크린(Full Screen)'이나 '베젤리스(Bezeless)' 폰이다. 화면을 더 키워 몰입도를 높이고 디자인을 한결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화면을 늘리면 늘릴수록 카메라나 센서, 지문인식과 같은 부품들은 전면에 배치할 공간이 없어진다. 한정된 공간에서 화면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품을 빼거나 최소화해야 하는데, 카메라와 지문인식 같은 부품은 필수라 이 역시 쉽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고민에서 나온 대안이 바로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이다. 화면 위에서 지문인식을 가능케 하면 풀스크린을 구현할 수 있고, 지문인식 기능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화면을 키우기 위해 지문인식 대신 '페이스ID'로 불리는 3차원 센싱 기반 얼굴인식 기능을 넣었다. 삼성과 LG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홍채인식을 넣거나 스마트폰 후면으로 지문인식을 배치했다.

하지만 이는 불충분하다. 스마트폰 전면에서 지문인식을 할 때보다 사용이 불편하다. 애플 얼굴인식은 인식각도에 한계가 있고, 후면 지문인식은 눈에 잘 보이지가 않아 손을 갖다 대기 어렵다. 스마트폰 전면의 화면 위에서 바로 지문을 센싱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중국 스마트폰에 이어 삼성까지…'상용화 탄력'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이 차세대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상용화 문턱을 쉽게 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7년 출시된 갤럭시S8을 기획할 때부터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검토해왔다. 광학식, 초음파식, 정전식 등 디스플레이 지문인식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품질, 성능, 수율 등에서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해 적용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플레이에서 지문의 표피까지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면서도 디스플레이의 구조와 화질 등 기본 기능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센서 성능은 확보가 되도 이를 양산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실험실에선 월등한 성능을 보이던 센서가 시제품에 적용하면 제값을 못한 사례가 개발 과정서 심심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중국이 적극 움직였다. 2017년 6월에 열린 상하이 MWC 2017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가 세계 최초의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스마트폰 'X플레이6'를 선보였다. 비보는 미국 퀄컴의 초음파 센서를 활용했다. 비보는 2018년 1월에 열린 CES 2018에서 두 번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폰인 'X20 플러스 UD' 모델을 내놨다. 이번에는 미국 시냅틱스의 광학식 센서를 탑재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비보는 'X21 UD' 제품을 내놓았고,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도 '메이트 RS 포르쉐'라는 제품에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구현했다. 샤오미도 최근 '미8 익스플로러'라는 고급 모델에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적용,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보와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까지 상용화하면서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중국에서 상용화된 제품은 한정판 성격이 강하다. 비보가 수시로 모델을 교체하고, 화웨이와 샤오미가 고급형 모델에만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적용한 건 그 만큼 대량 생산이 아직은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최근 의미 있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출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가칭)'에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탑재키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상용화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시장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다. 또 갤럭시S 시리즈는 연간 판매량이 4000만대를 넘는 인기 모델이자 대량 생산 모델이다. 삼성이 자사 플래그십 모델에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탑재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높은 기술 완성도와 대량 양산 체계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한정된 성격의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시장은 본격 성장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IHS마킷은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탑재한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최소 900만대에 이를 것이고, 내년에는 1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비보, 화웨이, 샤오미 등이 시장을 이끌어 향후 3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학식, 초음파, 정전식 주도권 경쟁 '스타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주도권 경쟁도 촉발될 전망이다. 현재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구현하는 기술은 광학식, 초음파식, 정전식 세 가지다.

광학식은 광원을 쏴 지문 표면 굴곡에 따른 빛의 반사 정도(음영)를 측정해 지문 이미지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내구성이 우수하지만 인식률이 떨어진다.

초음파식은 초음파 반사 정도(파장)를 파악해 지문 표면 굴곡을 수집하는 방식이다. 정확성과 내구성이 강점이지만 아직까지 가격과 수율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정전식은 지문 표면 굴곡에 따른 정전 용량값 차이를 측정해 지문 이미지를 획득하는 기술이다. 정확도가 높고 센서 위가 아니라 디스플레이 전체에서 지문을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방식과 달리 센서가 디스플레이 윗면에 있어 내구성과 수율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상용화가 빠른 기술은 광학식이다. 주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광학식을 채택하고 있다. 광학식 센서 분야에서는 미국 시냅틱스가 실제 공급을 성사시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지문인식센서 업체인 중국 구딕스와 대만 이지스테크놀로지도 광학식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학식 중심인 중국과 달리 삼성전자는 초음파식을 채택하면서 내년 초음파 기술 부상이 예상된다. 퀄컴 초음파 센서는 지난해 중국 비보를 통해 상용화된 적 있다. 당시 퀄컴 센서는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퀄컴이 센서 성능을 발전시켰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음파 방식 지문인식센서는 국내 기업도 보유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 업체 캠시스의 자회사 베프스가 연구개발 중이다. 베프스는 지난해 홍콩에 본사를 둔 SAE마그네틱스와 기술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정전식 기술도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전식은 터치스크린패널(TSP)처럼 패널 상단에 배치돼 패널 구조에 주는 영향이 덜해 OLED뿐만 아니라 액정표시장치(LCD)에도 적용이 자유롭다는 평가다. 정전식 기술은 국내 크루셜텍이 공을 들이고 있다. 크루셜텍은 2017년 MWC에서 가로 2㎝, 세로 2㎝ 한정된 공간을 센싱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한 뒤 올해 MWC에선 6인치 디스플레이 전체에서 지문인식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양산 진입을 목표하는 중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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