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기차 보조금 이제 받아도 끝물...시간 벌어 '유니콘' 키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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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남짓 한국 기업에 굳게 닫혀 있던 중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이 조금씩 열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판매를 허용하고 국내 배터리 3사를 우수기업 목록에 포함하는 등 그동안 이뤄진 비공식 제재를 해제하려는 시그널을 잇따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 재개 등 실효성 있는 조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아 국내 업계엔 희망고문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20년 보조금 제도 완전 폐지를 앞두고 단계적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보조금이 지급돼도 큰 실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산 배터리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이 중국 업체가 기술력을 보강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업체에 실질적인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 보복을 명분으로 이어진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키우기가 성공적이었다는 분석이다.

◇中 밀당에 애 태우는 사이 보조금은 폐지 수순

국내 기업이 주로 생산하던 삼원계 배터리 탑재 전기버스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시점은 2016년 1월이다. 2015년 10월 삼성SDI와 LG화학이 막 중국 공장을 준공하고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려던 때다.

이후 2년간 중국 정부가 다양한 전기차 육성책을 시행했지만 한국 배터리 업계는 아무런 수혜를 입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공략 자체가 봉쇄됐다. 우리 정부의 여러 채널을 통한 요청에도 꿈쩍 않던 '배터리 금한령'은 최근 급격히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개최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먀오웨이 중국 공업신식화부 부장(장관)의 제3차 한·중 산업장관회의를 앞두고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현지 법인이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선정하는 배터리 우수기업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장착한 벤츠 차량이 형식 승인을 받아 중국 판매가 허용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 기다려왔던 보조금 지급이 언제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형식 승인은 특정 자동차에 대한 판매 승인 절차일 뿐 보조금 지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화이트리스트 역시 보조금 지급과의 직접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 보조금 지급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이 향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국내 업체 수혜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전기차 보조금 제도 완전 폐지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동시에 강제 정책인 친환경차량 의무생산제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물리적인 기간이 길지 않을뿐더러 보조금 차별이 이어지면서 현지 제조사가 출시하는 전기차에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고 있다. 신차 개발 기간을 고려하면 그 대상은 더욱 제한적일 전망이다.

◇2년여간 기술력 확보 시간 번 중국…韓 배터리 호적수로 등장

중국 보조금 제도는 초기 전기차 시장을 조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을 배제하고 자국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지원을 이어왔다.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컨템포러리암페렉스테크놀로지(CATL)이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2011년 설립된 CATL은 지난해 비야디(BYD)를 제치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올해 1분기 배터리 출하량은 1397.3MWh로 전년 동기 대비 271% 늘어났다. 파나소닉과 근소한 차이로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선전 증시에 상장하며 1조원 이상을 투자 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와 경쟁도 이미 본격화됐다. CATL은 최근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며 위세를 과시했다. SK이노베이션을 제치고 다임러그룹의 차세대 배터리 프로젝트를 따내기도 했다. 르노닛산얼라이언스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혼다와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등 일본 시장 공략도 서두르고 있다. 상반기 내에는 유럽 공장 설립 부지도 결정할 예정이다.

BYD도 2016년 12GWh 규모였던 생산능력을 2019년 26GWh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옵티멈과 구오쏸도 각각 2018년과 2020년에 20GWh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16년 초 한국산 배터리 규제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현지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중심이었지만 최근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최근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 관련 투자를 상당히 늘리고 있다”면서 “특히 국내 업체도 막 양산을 준비하는 니켈 비중 80% 이상 고밀도 양극재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한중산업장관회의 개최 소식과 이재용 부회장의 BYD 방문 소식 등을 전하면서 “최근 한국산 배터리가 중국 시장에 복귀할 것이라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과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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