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렸던 북미정상회담이 본궤도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중재외교'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양국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갈증 해소였다. 북한은 미국 측이 원하는 비핵화를 할 경우 체제 안정 보장과 경제 지원 등을 어떤 수준으로,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을지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 비핵화 의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고,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에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7일 오전 춘추관에서 열린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할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도 돕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미국 측이 북한과 경제협력을 대규모로 진행할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경제 지원 관련해) 예도 몇 가지 들어 전달했지만 현 단계에서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13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에 나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하면 미국 민간 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전력망 건설을 돕고, 식량난 해소를 위한 농업 분야와 인프라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지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비핵화(CVID) 요구를 북한이 충족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청와대는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오해의 폭을 줄였고,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데 뜻을 같이 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평했다. 내달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북미 간에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제에 관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따라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열릴 것인가, 또 성공할 것인가가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양국 간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회담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 협상과 6·12정상회담 모두 잘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북한을 향한 파격적인 경제지원과 적극적인 대북투자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남북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내달 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고위급회담 참석자 중에는 국토교통부의 김정렬 2차관과 북한의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포함돼 있었다. 철도 연결 등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위한 후속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차적으로 동해선(동해북부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철도 분야 협력 뿐 아니라 10·4 선언을 재추진하기로 한 만큼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이용 △개성공단 2단계 개발과 경제특구 건설 △백두산 관광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논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이후 추진할 수 있는 경협 로드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내달 1일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과 그 뒤로 이어질 군사당국자회담, 적십자회담 등에서도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 경제협력 방안이 긴밀하게 논의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가 의제 조율 과정에서 계속 중재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