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야당 투표 불참속 폐지…국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 재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지됐다.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야당 반발 속에 데드라인인 24일을 넘겼다. 청와대는 야당이 개헌안 표결 조차 참여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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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 개헌안 등을 의결하고자 본회의를 소집했다. 여당인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은 불참했다. 앞서 야당은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하라”며 본회의 불참의사를 밝혔다.

정 의장은 야당 불참 속에서 의사 일정대로 정부 개헌안 의결 절차를 밟았다. 본회의 개의 선언 직후 개헌안을 상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을 대신해 개헌안 제안 설명을 했다.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출석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일부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구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개헌안 통과를 시도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위한 정쟁 도구로 삼으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평화당 의원은 “개헌을 살리려면 대통령 개헌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오늘 표결은 (개헌과 관련해) 남아있는 희망의 불씨까지 꺼트리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정의당은 오늘 표결에 불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의원은 표결이 시작되자 본회의장을 떠났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개헌안을 부결시키면) 국민의 신뢰, 국회의 자격 역시 국민으로부터 부결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본회의에 출석하라”고 야당의 본회의 참석을 촉구했다.

같은당 김종민 의원도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의기구로서 의회의 무책임을 거론하면서 “문제는 국회다. 국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찾지 않았다.

정 의장은 오전 10시 51분께 대통령 개헌안 표결을 시작했다. 기명방식으로 진행된 투표는 민주당 114명 의원만이 참여했다. 개헌안 가결을 위한 의결정족수 192명에 78명 모자랐다.

정 의장은 “투표 의원 수가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며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하에 발의한 이후 38년 만에 나온 대통령 개헌안은 자동 폐기됐다.

청와대는 “야당 의원이 개헌안 표결이라는 헌법 절차마저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개헌안 취지가 국정운영에 반영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는 이날 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두고 장고에 돌입했다.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밤 9시부터 회의를 열고 정기상여금 및 복지후생비의 최저임금제 산입여부 등을 논의했다. 포괄임금제 전면 폐지 등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정미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도 심의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기라고 촉구했다. 경총 등 경영계는 국회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경총도 해당 논의를 최저임금위로 이관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른 사용자단체가 반발하자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경총은 “국회에서 논의되는 개정안이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만 산입범위에 포함해 반대했던 것”이라며 “경제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국회가 조속히 결론을 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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