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는 정보를 보관했다가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열어볼 것이다.'
'롱텀 시큐리티(장기보안)'가 화두로 부상했다. 당장은 암호를 풀지 못하는 정보를 빼내 보관하다가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해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정보보안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추가해야 한다는 경고다. 양자컴퓨터 등장 시점이 5년 이상 남았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충고다.
IBM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처칠 클럽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양자컴퓨터는 오늘날 가장 강력한 보안기술로 보호되는 데이터도 즉각 해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어빈 크리쉬나 IBM리서치 이사는 “10년 이상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암호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IBM 경고는 양자산업계에서 '롱텀 시큐리티'라는 용어로 알려진 개념이다.
현존 사이버 암호체계는 100자리가 넘을 정도로 큰 두 소수의 곱을 소인수분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수학적 난해성에 의존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강력한 소인수분해 알고리즘 덕분에 수학문제를 몇 분이면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지금은 풀 수 없는 암호도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곧바로 풀고, 지금 안전한 정보가 미래에 안전하다는 보장이 사라지는 셈이다.
롱텀 시큐리티 개념이 주목을 끌면서 양자컴퓨터가 언제 상용화될지에 관심이다.
크리쉬나 이사는 “양자컴퓨터는 5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상용화 시점이 이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구글은 3월 현존 최고 성능인 72큐비트 성능 양자컴퓨터용 칩 '브리슬콘'을 공개했다.
구글은 브리슬콘을 통해 연내 연산성능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우월'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언했다.
중국 알리바바 연구진은 구글 브리슬콘 칩의 성능이 과장됐고 오류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양측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알리바바는 구글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혹평하며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알리바바 연구진은 다만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것은 갓난아이가 애완견 지능을 뛰어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라면서 “시점을 모르는 것일 뿐 반드시 양자컴퓨터 시대가 온다”고 낙관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