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나 본 한국 게임사들은 대부분 글로벌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세계시장을 노린 콘텐츠를 만든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겁니다.”
슈퍼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카 파나넨을 8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게임사들은 콘텐츠 질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면서 “한국은 온라인게임에서 많은 것을 선도했듯이 모바일게임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파나넨 CEO는 한국 게임산업이 지난해 주도한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붐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2016년만 해도 배틀로얄 게임이 글로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슈퍼셀은 조금 더 많은 이용자를 타깃으로 게임을 만들지만, 하드코어 모바일게임도 글로벌에서 지금보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퍼셀은 핀란드 헬싱키에 본사를 둔 모바일게임 회사다. 2016년 텐센트가 기존 대주주 소프트뱅크로부터 슈퍼셀 지분 82%를 86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슈퍼셀은 2017년 2조2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신작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클래시오브클랜' '헤이데이' '붐비치' '클래시로얄' 등 기존 4종 게임으로만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슈퍼셀은 지난해 한국게임에 투자 의지를 밝혔다. 파난넨 CEO는 “많은 팀을 만나 봤지만 아직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규모 있는 회사 인수합병(M&A)보다는 잠재력 있는 팀, 개발자에게 투자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슈퍼셀 비전에 공감하고 장기적으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방향성을 밝혔다.
슈퍼셀은 수명에서 수십명이 모인 셀 단위로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전역에 활동하는 직원은 250여명이다.
파나넨 CEO는 “10개 게임이 개발되면 그 중 1개만 출시한다”면서 “출시를 결정하는 것은 CEO인 내가 아니라 게임을 만든 셀”이라고 말했다. 파나넨 CEO는 “그런 셀이 모인 조직이 슈퍼셀”이라면서 “나는 회사 의사결정 중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라고 웃었다. 각 셀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성장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카카오가 최근 선보인 슈퍼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HTML5게임 '클래시로얄프렌즈'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파나넨 CEO는 “카카오톡은 대부분 한국인이 쓰는 모바일메신저로 우리 캐릭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 협력차원에서 오픈 마인드를 갖고 더 많은 한국게임사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슈퍼셀은 캐주얼과 하드코어 방식을 섞은 게임을 만든다.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슈퍼셀은 지난해부터 '클래시로얄'을 e스포츠로 확장하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세계 각지에서 리그를 열고 결승전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파나넨 CEO는 “모바일게임 e스포츠는 아주 초기 단계”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게임 e스포츠보다 (대중화)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클래시로얄 리그에는 세계에서 약 2500만명이 참여했다. 그는 “기존 e스포츠와 모바일게임 e스포츠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면서 “모바일게임 e스포츠는 온라인게임에 비해 플레이 타임이 짧아 스낵 콘텐츠로도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헬싱키(핀란드)=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