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공지능이 고등교육 혁신을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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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응교 센터장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어떤 인재일까.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은 '직업의 미래(2016년)'라는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회가 요구하는 직무 역량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합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이를 뒷받침할 역량, 프로세스 역량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반면에 육체 능력은 중요도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 과정에 창의성, 비판적 사고 능력,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능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재상은 말은 쉽지만 현재 학문 단위 중심 학사 구조에서 야기된 대학 간 무차별성 커리큘럼과 획일성 교육 방식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개인별 학업 수준과 성취도, 학생 진로 방향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이를 지원하는 학사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최근 빠르게 진보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교육지원시스템에 결합한다면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학생 개인에게 맞춤화된 최적 답변을 제공하는 학사 서비스 구축이 가능하다. 이를 축적하고 개발하면 학생이 학사, 학과 강의, 취업 및 자기계발 컨설팅 등 정보를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습득할 수 있다.

학생은 AI 서비스를 제공할 대학 학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한 번에 관련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AI 기반 검색 엔진을 통해 학사 정보와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다.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수업 외에 학생 스스로 챙기던 학사 시스템 전반을 AI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학생도 '수동 학습'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해진다. 기존 획일화된 학과 전공 기반 교과목 수강이나 교수에게만 의존해 온 비교과 활동, 공모전 활동, 자격증 취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미래 경력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해결 과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커리어 골을 수립한 뒤에는 AI가 학생 목표 달성 역량 수준을 점검한다.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전공과 교양 교과목, 비교과 활동을 추천한다. 활동 결과가 추가될 때마다 변화하는 본인 역량 현황 수준에 맞춰 AI와 진로 관련 상담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학생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대학생활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융합 전공 신청, 비교과 활동, 내외부 온라인 강좌 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AI를 교육지원시스템에 도입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단국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AI 기반 스마트 캠퍼스를 조성한다. AI를 교육지원시스템에 도입해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학업, 경력 개발 지원을 실현한다.

문제는 이 같은 대학 스마트 캠퍼스 구축에 막대한 재원과 시간, 기업 협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AI 기반 교육지원시스템은 단순한 챗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생 맞춤형 추천 엔진을 개발해야 한다. 자연어 처리를 통해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최근 대학 재정 여건상 이러한 시스템 구축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해당 과업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국가 교육 혁신 과제로 인식하고 재정을 보조해 준다면 많은 대학이 이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것이다. 이는 한국 고등 교육 진보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대학 교육 혁신이 촉진되려면 전통 학사 운영에서 탈피하도록 국가의 대학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별 교육 특성화나 커리큘럼 개발이 가능하도록 탄력 학기제를 운영하게 하고, 학기당 15주 수업을 강제하는 규제도 재고해야 한다. 학생의 대학 입학 후 적성이나 미래 진로에 맞춰 전과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규제 중심 전과 제도를 완화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 지원이다. 정부가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하자면서 도입한 무크(MOOC) 과정이 정작 학점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도 고쳐야 할 과제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대학 교육이란 결국 자기 주도, 소통과 협업의 유연한 교육 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첨단 진보 기술을 교육 현장에 도입하는 일에 재정을 확대하고, 20세기형 관리 중심 교육 규제 축소에 정부 노력이 기울여지길 기대한다.

서응교 단국대 미래교육혁신원 EduAI센터장 eungkyosu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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