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16>인도 종합 모바일 금융회사 '원97'

중국에 알리페이를 앞세운 종합 모바일 금융그룹 '안트 금융그룹'이 있다면 인도에는 페이티엠(Paytm)을 소유한 '원97 커뮤니케이션스(One97 Communications)'가 있다. 원97은 현재 기업 가치 57억달러로 핀테크 회사 가운데 3위다. 2018년 5월 1일 기준 237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에서도 20위를 차지하고 있다.

원97의 자회사 페이티엠 역시 천재 젊은이로부터 시작됐다. 회사 설립자 비제이 샤르마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억만장자로, 39세에 약 1조8000억원 부를 축척했다. 지금까지 리스트에 오른 인도인 가운데 가장 젊다. 샤르마는 인도 북부 작은 도시 선생님의 아들로 태어나 15살에 델리공대에 입학한 수재다. 그는 18살의 나이에 웹사이트 회사를 설립했고, 2년 후 100만달러에 매각해 10대에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이는 스트라이프를 만든 아이랜드 천재 패트릭과 존 콜린스 형제 경력과 유사하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그 이듬해 모바일 콘텐츠 회사 원97을 곧바로 창업하고, 2010년 모바일 지급결제 회사인 패이티엠을 자회사로 출발시켰다.

페이티엠은 중국과 금융 환경이 유사한 인도에서 모바일 선불 카드로 출발했다. 이후 인도의 케이블TV 회사인 DTH의 요금 지급 수단으로 채택됐다. 사용자를 크게 키운 페이티엠은 2014년 피에티엠 지갑 서비스를 통해 인도의 철도와 우버의 지불 수단으로 채택됐다. 2015년 버스 요금를 비롯한 수업료, 전기, 가스 등 많은 공공요금의 지불 수단으로 도입됐다. 2016년에는 항공권 예매 등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QR 코드 방식의 페이티엠 QR를 출시, 선물 카드 및 추가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해 페이티엠 골드를 출시해 1루피의 작은 금액으로도 금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페이티엠 페이먼트 은행이라는 온라인 은행을 별도의 자회사로 발족시켰다. 올해 페이티엠 실시간 온라인 지급 수단인 UPI, 신용카드 결제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 가맹점의 은행에 실시간으로 입금하는 혁신 서비스를 개시, 신용카드업계의 경쟁을 선제 봉쇄하고 있다.

온라인 채팅 가운데 곧바로 송금할 수 있는 인박스는 물론 금 투자를 선호하는 인도 시장에 맞게 금을 통한 장기 투자용 자산 관리 서비스와 선물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그 결과 페이티엠은 약 2억5000만명 사용자와 하루에 700만건 금융 거래, 가맹점 700만곳 이상을 확보한 거대 종합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페이티엠의 성공에는 운도 크게 따랐다. 2016년 인도의 모디 총리는 지하경제를 일소하겠다는 정책 목표로 인도의 고액권 500루피, 100루피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화폐로 교환하는 긴급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한 성급한 정책으로, 교환이 원활하지 않아 국민이 현금 거래 대신 온라인 지급 결제 수단인 페이티엠으로 급전환됨으로써 당시 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됐다.

페이티엠의 성공 과정에서 중국 알리바바, 앤트 금융그룹, 대만 미디어 테크, 마운틴 캐피털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투자에 동참했다. 시장이 있고, 성공 궤적만 있다면 투자 재원은 언제나 널려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정치권이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해 규제 정책으로 시장 교란 행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티엠에서 보듯 핀테크 혁명은 '수수료 제로' 서비스가 시장의 혁신에 의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97의 성공은 영민한 젊은이가 창업을 꿈꾸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핀테크 혁명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성공 신화가 쓰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정책 혼선에서 보듯 우리는 이러한 핀테크 산업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영재가 기업을 만들고 글로벌 꿈을 펼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는 규제 개혁이 왜 절실한가를 페이티엠이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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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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