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30일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전 두 차례 회담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아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수상이 아돌프 히틀러와 맺었던 뮌헨 협정을 언급하며 자신은 윈스턴 처칠과 같이 '위장평화'에 현혹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으로 환호와 흥분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하지만 마냥 들뜬 마음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볼 수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두 번의 실패가 최악의 북핵 상황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입을 모아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처럼 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며 “본질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핵심 과제인 북핵 폐기 문제가 단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오히려 과거의 합의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지난 2005년 9.19 성명은 제 1조에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명기하고 있다”면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10.4 공동선언에서도 북한은 9.19 성명을 성실하게 이행하기로 약속했던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추상적인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이 담겨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모호한 문구를 삽입해 향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비롯한 미국의 핵우산 정책도 무너뜨릴 빌미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 해제에 다름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고 합의를 했다”며 “앞으로 북한이 선언을 지키라고 시비를 걸면 한미군사합동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종전 선언, 평화협정,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유일영도 10대원칙', '조선노동당 규약' 등에 한반도 적화통일을 분명한 목표로 규정한 상황에서 평화협정은 주한미군과 유엔사령부의 한반도 주둔 근거부터 사라지게 한다고 우려했다.
홍 대표는 “북한의 대남적화전략과 핵을 비롯한 군사적 위협은 놓아둔 채 섣부른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안보를 북한의 손에 맡기겠다는 것에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중립지역인 판문점에 설치하겠다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겠다고 합의한 부분에 대해선 “개성공단 재가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합의 또한 북핵 폐기는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퍼줄 궁리부터 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우리가 앞장서서 북한의 돈줄을 풀어준다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목표로 하는 국제사회의 공조와 제재는 완전히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저와 자유한국당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떠한 대북 제재 이완 조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홍 대표는 “히틀러와 뮌헨협정을 체결하고 귀국한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은 '명예로운 평화를 들고 돌아왔다'고 선언했고, 영국 국민들은 위장 평화를 믿고 환호했다”면서 “그 때 온갖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히틀러의 야욕을 경고하고 영국과 유럽의 평화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처칠이 없었다면, 지금 유럽의 지도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시 프랑스의 달라디에 총리는 귀국 시 환영 인파들을 보면서 '바보들'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하며 “우리는 체임벌린이나 달라디에보다 처칠의 혜안으로 남북관계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대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북핵폐기를 위한 대화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말의 성찬으로 얻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남북이 합작으로 벌이고 있는 위장 평화쇼의 미몽에서 벗어나 저와 자유한국당에게 자유와 평화를 지킬 힘을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