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3>IT로 평화의 뜀틀을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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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16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가 어떤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의 악수와 판문점 선언문이 남겨 놓은 감동, 흥분을 토대로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는 우리나라 국민이 새길 말이다.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내일의 평화를 설계하며 차근차근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30여년 한국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 온 IT도 평화의 뜀틀 넘기에 일조할 좋은 기회다.

비핵화와 종전이라는 엄청난 기대를 도출한 남북 정상회담은 사실상 지금부터 남북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 전쟁 불안의 공포를 벗어나려는 이유가 밝은 미래를 만들려는 희망 불씨를 지피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남북은 양보와 교류를 통해 밝은 내일을 만드는 숙제를 받았다. 교류의 시작은 당연히 정치와 거리가 먼 상호 방문, 대화, 문화와 예술 교류, 경제 협력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 협력과 IT 기반 교류도 정치와 무관하게 교류할 수 있는 영역임은 물론이다. 특히 IT 기반 교류와 협력은 경제 발전과 시장 창출에 직접 도움이 되고 남북 교류의 실질 효과를 측정할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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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남북이 사이버 공간에 공동만남구역(Cyber Joint Meeting Area)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남북 국민이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교류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만남구역에서 서로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매개로 이해와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으리라 믿는다. 체제와 환경의 차이로 전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다면 특정 집단으로부터 시작해도 상관없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음악, 일상이 북한에 공개되고 북한의 생각과 생활이 우리나라 국민에게 흡수되는 과정이 60여년 차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활용될 것이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서로의 물품을 교환할 수 있는 사이버장터 마련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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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와 경쟁한 것처럼 남북 IT 산업이 함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 수립을 제안한다. 이미 북한의 SW 기술과 해킹 수준은 정평이 나 있다. 우리나라가 구축한 세계 시장에 남북이 공동으로 창출하는 서비스가 혜성처럼 나타나 장악하는 미래는 결코 꿈이 아니다. 인공지능, SW, 로봇, 드론, 정보보호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한반도 제품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국경을 넘나드는 사고를 계속 견지한다면 현실이 될 수 있다.

체제를 달리하며 살아온 60여년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일은 쉽지 않다. 현실의 많은 난제가 걸림돌이 되고 심지어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는 국가와 집단의 공작도 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정상이 보여 준 평화의 의지가 진실이라면 누구도 그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 설혹 정상들의 속셈과 숨겨진 계산법이 있다 해도 세계의 관심과 국민의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지도자와 정부가 평화의 뜀틀을 놓았지만 그 뜀틀을 넘어 번영의 결실을 맺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1990년대 우리나라가 뒤처진 산업화를 정보화로 극복한 경험을 발판으로 남북이 손을 맞잡고 새로운 내일을 여는 모습은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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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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