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 테이블에 나온 배경이 미국과의 경제협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북한이 실제 비핵화에 나서기 위해 선(先)체제 보장과 단계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남한, 미국의 전략적 양보 없이는 원활한 대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26일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문가토론회에서 “북한이 원하는 진정한 체제보장은 맥도날드가 평양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의용 특사에게 '체제보장이 되면 핵무기가 필요없다'고 한 발언등을 언급하며 “북한은 미국과 합작사업, 경제협력을 이뤄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 한다. 필요한 것은 북한의 액션”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북미 회담 이후 북한의 약속 이행에 대해서는 “한국, 미국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다자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정 국가간 협약은 정권이 바뀌면 이행력이 떨어진다. 트럼프 스타일상 미국이 북한에 인센티브를 직접 제공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면서 “다른 당사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 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능력은 이미 고도화됐기 때문에 체제안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북한도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북에 확실한 당근을 제시해야 북이 상응하는 움직임을 갖는다는 것이다.
조 수석위원은 “과거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영국 등으로부터 체제 안정을 인정받았지만 국제법으로 보장받지 못해 결국 러시아와 분쟁을 겪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한 유엔안보리의 북한체제 안정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은 리비아를 상대한 방식을 강조했지만 북한은 리비아와 달리 핵능력이 90%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비핵화 관련) 선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우선 최고지도자 사이에서 통큰 결단을 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이행은 단계적으로 한다고 약속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에 비핵화만 요구했다면 이제는 보상과 행동을 같이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단계마다 국제사회가 줘야할 것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군사훈련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을 일부 변경하는 것 등이 북한에게는 보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담 의의와 성과를 두고는 대다수 전문가가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자신의 입맛에 맞을 때만 대화에 응한다는 전략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꺼려왔다”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승부사 기질이 있어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북한 핫라인 설치가 이뤄진다면 정례화를 뛰어넘어 수시, 상시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양 교수는 “이번 회담은 우리 정부 집권 초기에 이뤄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의제의 연속성, 합의 결과의 이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종전 관련해서는 남북이 인식을 공유하는 점만 합의해도 성과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과 북이 종전 선언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선언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 결과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평화선언은 종전선언보다 밑 단계고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쉬운 문제기 때문에 종전선언 논의, 공감 인식이 더욱 중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경협과 관련해선 당장 큰 성과보다는 향후 논의를 위한 제반사항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경협문제는 주요의제에서는 빠질 것”이라면서도 “충분한 대화 속에서 경협, 북한의 개발 논의도 포함될 것으로 본다. 이산가족 문제와 함께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