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65년 만에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최대 이벤트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 달 말 또는 6월 초에 미·북 정상회담도 이뤄진다. 결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이번 회담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에 새로운 평화의 시금석이 되기를 모두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 ICT 강국인 대한민국은 핵EMP탄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방어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IT 전문가 대담을 전자신문 지면에서 본 기억이(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대담. 2017년 10월 12일자) 있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에 대한 상상은 끔찍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우리는 전혀 다른 상상력이 필요한 상황을 맞고 있다. 과연 이 시기에 '우리가 펼쳐야 할 상상은 무엇인가'에 생각이 미친다.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마음 한편에 이번 회담이 궁극으로 대한민국 ICT 산업이 비약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회담 생중계장에서 펼쳐지는 IT 기업의 차세대 기술 각축전은 세계 관심이 쏠린 이번 회담을 비단 홍보 마당으로만 인식한 탓은 아닐 것이다. 회담의 성과와 한계가 무엇이든 회담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걸음을 내디디는 것이라는 인식에 더해 향후 이어질 북한 경제 개방 정책이 몰고 올 블루오션에 IT 기업의 희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느낀다.
2007년 10월 4일 있은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2007 남북 공동선언)'에 담긴 경제 협력 구상보다 훨씬 담대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 전문가가 계속해서 이어질 정상회담 결과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한반도 비핵화 만남의 저변에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방식의 고도성장을 원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구상이 담겨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듯하다.
평화 국면에 이어질 통신,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물론 북한이 시장 개방에 본격 나설 경우 ICT 산업 파이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는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면 중국, 러시아를 한데 묶는 거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그 가운데에서 한국이 누리게 될 경제 혜택 기대 역시 적지 않다. 30년 넘게 IT 분야에 종사하며 IT서비스 기업을 이끄는 대표로서, 한국IT서비스 산업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협회장으로서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내가 이끄는 회사에서는 정상회담 당일 별관 강당에 큰 스크린을 걸고 원하는 직원 누구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만남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역사 현장을 함께 느끼고픈 직원 마음을 헤아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젊은 직원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트렌드 변화를 읽고 훨씬 담대하게 미래를 지향하는 상상력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비롯해 건설, 제조, 금융,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온 ICT 전문 기업에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미래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력을 쌓아 온 우리 인재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에서 활약하는 상상을 해본다.
박진국 아이티센 대표(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 jkpark1@itc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