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유니콘 기업의 2위는 기업 가치 92억달러로 평가받고 있는 스트라이프다. 회사는 페이팔과 같이 전자결제 시스템을 개발한다. 페이팔은 자신들이 직접 전자결제 금융업에 뛰어든 회사다. 스트라이프는 전자상거래 업체나 금융회사에 자신들의 솔루션을 제공해서 그들의 전자지불결제를 도와주는 플랫폼 기술 회사에 가깝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신용카드는 물론 크라우드 펀딩 등 모든 지급 결제를 오픈 API를 통해 제공하도록 돕는다. 슬랙, 차량 공유회사 리프트 등 굴지의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아일랜드 출신 형제 존과 패트릭 콜리슨이 2010년에 창업했다. 22살 젊은 나이에 창업해 순식간에 억만장자가 된 또 다른 벤처 신화로 꼽힌다. 패트릭 형제는 아일랜드 북쪽 시골 리머릭 출신이다. 리머릭 카운티 전체 인구가 19만5000여명, 리머릭 시티는 9만4000명으로 조그만 도시다.
패트릭은 8살에 이미 리머릭대에서 전산학 강의를 수강하고, 10살에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사작했다. 그는 아일랜드 더블린 왕립학회가 1970년부터 주관하는 역사 깊은 젊은 과학자 대회에서 인공지능 언어 '리스프'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크로마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1등을 수상했다.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그의 동생 존과 만든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매틱을 300만유로 이상 가격에 매각해 패트릭의 나이 19살, 동생 존의 나이 17살에 '청년 백만장자'에 올랐다. 이어 스트라이프를 창업해 현재 두 형제 모두 1조2000억원대 자산가가 되어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
우리도 아일랜드처럼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젊은 과학 천재를 조기에 발굴하는 제도를 검토해 볼 만하다. 이러한 권위 있는 상은 젊은이가 해외에 진출하고 글로벌하게 주목받는데 도움을 준다. 이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에 대한 젊은이의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창업해서 어마어마한 성공 신화를 쓴 빌 게이트, 마크 저커버그 등 천재들을 우리는 자주 듣고 있다. 콜리슨 형제의 예는 미국이 아니더라도 세계인을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상상할 수 없는 큰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벤처 생태계를 보여 준다.
그들의 성공에는 아일랜드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의 'Y 콤비네이터'에 도전함으로써 가능했다. 많은 창업가가 투자 받기에 급급하지만 큰 성공을 위해서는 누구에게서 투자를 받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Y 콤비네이터는 창업계에 너무나 잘 알려진 보스턴 인근 케임브리지에서 시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드롭박스, 에어비엔비 등 굴지의 성공 기업을 발굴해 왔다.
이에 따라서 이러한 성공한 투자자를 확보한다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 의향을 높여 준다. Y 콤비네이터에 초기 창업 투자에 이어 1년 후에는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 세쿼이아 캐피털, 넷스케이프 창업자 마크 앤드레슨,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벤처캐피털 안드레슨 호로비츠로부터 후속 투자를 받았다.
이런 명망 있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초기에 유치하는 것은 바로 후속 투자와 시장에 이 회사의 전망을 밝게 하는 청신호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들 벤처 캐피털이 콜리슨 형제를 택한 것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물론 이들 형제의 천재성에 반한 것이다. 벤처캐피털은 흔히 아이디어와 팀을 함께 본다. 스트라이프의 성공 사례는 마인드를 글로벌에 둔 영재의 창업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관한 세계 창업정상회의에서 패트릭은 “벤처 창업가는 장사꾼이 아니라 비전을 실현하는 사람이고, 기업은 자신 가치관의 확장”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 땅의 젊은이들도 가치관과 철학으로 무장되고 거대한 사업의 꿈을 꾸게 하는 것이 희망이 되어야 한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