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과학기술 정책은 프로젝트·연구비 관리보다 성과 확산과 융합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구개발(R&D) 사업 기획 때 기술영향평가를 반영하는 등 과학기술과 사회 간 소통을 강화하는 게 과제로 제시됐다.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는 23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주최로 열린 '기술 혁명 시대 과학기술 정책과 거버넌스'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가 특정 기술을 골라 수월성 원칙 하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 기술 혁명 시대에 유효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산업, 사회, 인간에 대한 기여를 향상시키려면 국가 R&D 사업 방향이 사회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술 출현이 급증하는 '기술 혁명 시대'에는 공급보다 활용이 과학기술 정책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과거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인지'가 중요했다면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에는 과학기술의 영향과, 사회적 수요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과학기술 정책과 거버넌스도 인재와 사회 문제 해결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프로젝트 중심의 기술 개발 정책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R&D 기획과 타당성 평가 과정에서 기술예측, 기술영향평가, 젠더혁신 평가 등을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박영일 교수는 “앞으로 정책 방향은 투자나 프로젝트 중심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활동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사회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R&D는 한 부처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범 부처 협동 체계를 하루 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는 과학기술 정책이 관료주의, 성과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기술 분야 별 철학을 정립하고, 정권 이념에 관계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정책도 혁신하고 과학기술 성과를 사회에 확산시키는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지근 정부도 혁신 정책을 제도화하려면 성과주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혁명 시대를 '디지털 플랫폼 사회' '모듈 사회'로 정의했다. 누구나 모듈을 개발하고 디지털 플랫폼에 연결하면 서비스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회라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이 지속 탄생할 수 있는 환경에 주목했다. 개별 기술이나 산업보다 사회 문화 요소와 R&D의 결합이 중요해지는 시기다.
박기영 교수는 “이제는 산업 갈아타기가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 R&D를 결합해 뉴노멀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면서 “그래야 산업 구조를 전환할 수 있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