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미사일시험발사 중단 카드를 꺼냈다. 정상회담 계기 남북 평화체제 진전 기대감이 높지만 향후 실천 여부를 놓고 회의론도 여전하다.
지난 2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이날부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회의 결정서에 명시됐다. 이를 위해 북한 내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변 국가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환영했다. 중국 외교부는 루캉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수준 향상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힌 데 환영을 표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깜짝 카드를 꺼낸 배경과 향후 실천 여부를 놓고는 우려의 시각도 나왔다. 북한이 핵에 관한 노선을 접었기보다는 새로운 협상대책을 내놨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북한 노동신문은 관련 보도에서 '세계적 핵강국으로 재탄생' 등을 언급하며 핵·경제 병진노선을 달성했음을 강조했다. 기존에 보유한 수준의 핵을 어떻게 폐기할지와 '비핵화' 여부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북한의 향후 행보에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각) “상황이 진전됐지만 과연 김정은 정권이 핵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하겠느냐는 부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강하다.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한 측 메시지를 다소 복합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동시에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는 없다는 점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는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선언에 붙어있는 '부대조건'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초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통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사되면 남북 정상 간 첫 직접통화다. 27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견례 차원이 크지만 회담 의제에 관한 상대 의중을 살필 가능성도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함봉균기자